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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유빗' 예고된 몰락…묻지마 투자의 그늘

기사등록 : 2017-12-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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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든 거래 수수료 배당정책…피해 확대
"검찰 수사로 해킹과 파산의 전모 밝혀야" 주장도

[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으로 문을 닫는 최초의 사례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빗(구 야피존)이 해킹 당하기 전부터 주먹구구식 운영, 보안에 대한 투자 등한시 등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유빗이 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하지 못해 내년에 가상계좌 발급이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유빗이 해킹을 겪은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야피존의 이름으로 거래소를 영업하던 이 회사는 55억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도난 당했다.

야피존은 해킹 당한 회사의 자산이 전체 보관 중인 자산의 37%라고 주장했고, 모든 회원의 자산에서 37%의 자산을 차감했다. 심지어 해킹당한 자산이 비트코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이나 라이트코인을 갖고 있는 회원의 자산도 37% 차감했다. 피해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긴 셈이다.

<사진=셔터스톡>

회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야피존은 대안으로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를 발행해 나눠주기에 이르렀다. 페이(fei)라는 가상화폐를 나눠주고 보유한 페이에 따라 거래수수료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야피존은 페이를 나눠주며 기존 투자금을 출금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이 페이를 받았던 회원은 이번 해킹으로 인해 또다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페이는 유빗에서만 1코인당 6만7000원 수준으로 거래 돼 왔다. 해킹과 파산으로 인해 페이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빗은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보관하면 이에 따른 거래수수료 수익을 나눠주는 얌(Yam)이라는 제도도 도입했다. 10비트코인을 거래소에 보관할 경우 10비트코인에 대한 거래수수료  중 일부를 매일 오전 10시에 회원에게 제공했다.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보관한다고 해서 거래소가 얻는 수익은 없다. 이같은 정책을 도입한 거래소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보관되는 자산을 유빗이 어떻게 운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유빗의 해킹 피해 규모가 지난 4월보다 세 배 이상 커진 약 172억원에 달하는 것도 이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수익금을 직접 고객에게 나눠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거래소는 유빗이 유일할 것”이라며 “거래소를 운영,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금까지 페이 및 가상화폐 보유자들에게 나눠주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야피존은 해킹됐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유빗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대응방식은 당시와 유사하다. 현재 유빗은 전체 자산 중 17%를 해킹으로 잃었지만 회원의 자산 25%를 동결하고 75%만 출금해주기로 했다. 왜 8%포인트를 추가 동결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한편, 유빗은 가상계좌를 제공해온 우리은행이 본인인증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아 내년 1월부터 가상계좌 발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은행과의 계약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빗의 해킹 사건을 수사기관이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했지만 당국에서 수사를 해보니 횡령 및 배임에 대한 혐의도 발견됐다”면서 “유빗이 현재 시점에 해킹으로 파산한 것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유빗의 해킹과 파산은 이해하기 힘든 수수료 배당 정책과 해킹 경험에도 불구하고 수익만 낼 수 있다면 거래소를 불문하는 ‘묻지마 투자’가 불러온 참사라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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