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역전된 가운데 실효세율마저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출 때 한국은 최고세율을 올리는 동시에 대기업 연구개발(R&D)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 역전은 기정사실로 정해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각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감세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반면 한국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 올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한국은 미국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은 나라가 됐다.
중요한 건 실효세율이다. 명목최고세율이 높더라도 각종 세금 감면 혜택으로 실효세율을 낮출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다. 미국(22.21%)과 비교하면 5.51%포인트 낮다.
문제는 실효세율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였지만 반면 미국은 늘려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18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대기업 R&D 비용에 대한 공제율을 1~3%에서 내년 0~2%로 줄이기로 했다. 또 전년대비 증가한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30%→25%)도 낮추기로 했다. 대기업 법인세 명목최고세율과 실효세율이 동시에 올라간다는 의미다.
한국이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동안 미국은 정반대 방법을 선택했다. '투자비용 즉시 공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서 건물과 시설, 장비 투자를 위해 당해 년 사용한 비용은 전액 공제 받을 수 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펜실베이나대학 펜 와튼 예산 모델 연구소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 실효세율이 9%까지 내려간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부 한시 감면 정책이 끝나는 2027년부터는 실효세율이 18%로 오른다고 부연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 역전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효세율마저 역전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유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법인세 인하는 '블랙홀'"이라며 "해외 기업에는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자국 기업에는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가져오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