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멤버에서 제외된다. 대신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회추위 관련 내부규범을 이같이 개정하기로 결의했다. 현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추위는 3인 이상 8인 이하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과반이 되게 돼 있다. 또한 회추위 위원은 본인이 후보로 추천될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기존 회추위 멤버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내이사)과 박문규(사퇴) 사외이사가 회추위에서 빠지고 빈 자리는 박원구·차은영 사외이사가 맡는다. 이에 따라 회추위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됐으나 이제 7명 모두 사외이사로 바뀐다.
하나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사항을 논의했고 수정을 부분을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도 최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박문규 사외이사 후임을 뽑기 위해선 이사회 뿐 아니라 주총 결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다만 소위원회 소속 이사 구성은 이사회 결의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회추위 소속인 박문규 사외이사는 본인이 대표로 있는 기업의 제품(물티슈)을 하나은행이 구입한 것을 두고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사표를 제출했다. 김 회장의 회추위 배제는 금융당국의 하나금융 (회추위) 운영개선 요구에 따른 자율적 개선 조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검사 결과를 토대로 7건의 경영 유의 조치 중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관련 회추위의 운영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주회사 회장은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포함돼 관리되고 있지만 회추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사외이사의 경우 회추위에서 배제돼 있어 최고경영자 승계절차와 관련해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포함되거나 유력하게 포함될 수 있는 이사 등은 해당 위원회에서 관련 의결을 제한하는 등 후보군 선정과정에서 배제해 이해상충 방지, 공평성 제고 등의 측면에서 회추위 운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지적을 수용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선 만큼 김정태 회장이 세 번째 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내부규범 개정으로 공정시 시비 논란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회추위를 개최해 내년 1월 중으로 후보군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나금융 이사회는 향후 사외이사 추천과정을 손질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경영유의 조치에서 하나금융에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규인 '지배구조공시규정'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시 그 제안자와 후보자와의 관계를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제안자 파악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사회 지원부서가 사외이사 후보군을 제시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그 대상을 이사회 지원부서가 제시하는 후보군 이외로 다양화하고, 실제 후보자 제안 경로를 명확히해 공시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절차의 객관성 및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의 여러가지 지적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를 하고 고칠 부분은 고쳐 반영을 할 것"이라며 "사외이사 선임 투명성은 사추위에서 감안을 할 것인데 순차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내년 초 주요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연이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와 CEO 경영승계 문제를 지적하자 일각에선 김정태 회장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