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참여정부 참모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쓴소리를 문재인정부가 받아들였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 조언대로 정부는 산업은행을 벤처투자전문기관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집권 2년째인 2018년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로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수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27일 정부가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대기업 위주 정책금융 기능을 창업벤처기업 및 신산업 육성으로 재편한다.
핵심은 산업은행 역할 변화다. 대기업 위주로 대출하던 산업은행을 혁신성장 지원 전담 기관을 바꾼다는 게 정부 방향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산업은행법을 고친다. 명시적으로 산업은행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취지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관계 기관과 협의해 산업은행법 개정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역할 변화는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 제안이다. 변양균 전 실장은 지난 6월 내놓은 '경제철학의 전환'이란 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한계를 지적했다. 변 전 실장은 대안으로 '슘페터식 공급혁신'을 강조했다.
공급혁신 방안 중 하나가 산업은행법 개정이다. 산업은행 설립 목적을 벤처기업 지원으로 전환하고 주된 자금 지원 대상도 벤처로 명시하자는 게 변 전 실장 생각이다.
변 전 실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지만 산업은행은 여전히 전통 산업과 대기업 금융 지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은행의 벤처 자금 지원 비중을 현재 7%에서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 전 실장 조언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배경에는 혁신성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있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혁신성장 선도사업을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벤처창업은 혁신성장 중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정부가 혁신성장 추진 전략으로 가장 먼저 내놓은 방안도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관련 방안을 발표할 당시 "제2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죽음의 계곡'을 통과한 창업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죽음의 계곡은 창업 후 7년 이내 기간을 말한다. 기술 기반 창업을 했지만 사업화에 실패한 기업이 가장 많이 도산하는 시기다.
통계청이 12월 발표한 '2016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면 신생기업 4개 중 3개는 5년 안에 망한다. 특히 신생기업 3개 중 1개는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다. 변 전 실장은 산업은행이 벤처투자에 나서면 국내 벤처의 저조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벤처기업협회 이정민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창업 초기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성장 주기에 맞는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는 기관이 그동안 없었다"며 "산업은행이 앞으로 이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