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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끝] "바닥 떨어진 신뢰"…재계도 한숨

기사등록 : 2017-1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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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주범으로 낙인…기업 압박 정책에 '그늘'

[뉴스핌=최유리 기자]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지난 27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이 부회장의 울먹이는 발언에 삼성 안팎은 고개를 떨궜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구속 상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삼성은 침울한 분위기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찍힌 정경유착 낙인이 재벌개혁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재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준 혐의 등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삼성은 착 가라앉은 분위기다. 올해를 이 부회장의 특검 수사로 시작해 항소심으로 마무리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삼성전자 한 임직원은 "부회장 구속 상태라 연말 송년회를 갖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 기분으로 시작해보자는 건 다른 기업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으로에 대한 위기감도 엿보인다. 스마트폰과 TV 사업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총수 공백 사태가 10개월 남짓 지속되면서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나 중장기 비전 부재에 대한 불안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조금이라도 기술 개발과 혁신을 게을리한다면 삼성전자도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지만 새로운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된 바 있다.

항소심과 맞물려 삼성을 흔드는 이슈는 파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불과 2년 만에 번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한 추가 징수 및 자택 공사 비리,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 공익재단 조사 등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먹구름이 낀 것은 삼성만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라는 그림자에 갇힌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업은 '혼내야 되는 대상'이지 않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당장 롯데, LG, 한화, 한진, GS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처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각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경위 등을 신문할 예정이다.

해당 기업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부터 꺼려진다"며 "당사자도 나오지 않는 재판에 기업들만 불려다니면서 정경유착의 주범처럼 비춰지지 않냐"고 토로했다.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들이 이어지면서 기업 환경이 악화된 점도 우려를 키운다. 위력이 가장 큰 정책 중 하나는 법인세 인상이다. 최근 국회에선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최고 22%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이 확정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롯데케미칼·GS칼텍스·포스코 등 90여개 기업은 한해 약 2조원의 추가 법인세 부담이 생길 전망이다.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줬던 연구개발(R&D) 세액 공제가 축소된 반면 통상임금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 정책이 추진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때(박근혜 정부)나 지금이나 정부가 요구한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기업 현실"이라며 "새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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