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한기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원을 투입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지연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월 땅파기에 착수해야 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릴레이 ‘반대’로 착공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착공지연으로 현대차그룹이 부담하는 이자손실을 포함한 유무형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제6회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서울시가 제출한 GBC 건립 계획이 지난달 22일 회의에서 ‘보류’됐다. GBC 계획 보류의 결정적인 이유는 국방부가 “수도 서울은 국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105층 건축물이 전투비행과 전파(레이더 차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측 위원은 “수도방위사령부와 공군은 협의하면서 국방부와 협의 필요 사항이 GBC사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다”면서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양측은 ▲ 비행안전영향평가 ▲ 전파영향평가 등을 협의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자료=서울시> |
양측이 합의를 해도 일정상 일러야 올해 여름이나 연말에 가능해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늦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매입 후 이듬해 건립계획을 내놓은 뒤 2016년 12월에 인허가를 받아 2017년1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근에 있는 봉은사와 일조권 침해 분쟁으로 계속 미뤄졌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입는 유무형의 손실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먼저 금융비용 측면에서 2015년부터 3년동안 매년 2000억~3000억원씩 1조원 가까운 금융이자를 날렸을 것으로 재계와 금융계는 추정한다. 현금으로 지급한 토지 구매대금 10조5500억원에 대한 이자손실이 2000억원 가량된다. 여기다 한전부지 취득에 따른 취득세 4%, 농특/교육세 0.6%, 지방세 등 세금만 수천억원을 냈다. 또 서울시가 한전 부지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요구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을 냈지만, 미래가치가 보이지 않고 있어 ‘선수금’만 낸 셈이 됐다.
무형의 손실은 더 크다. 현대차그룹은 GBC 입주 시기에 맞춰 현재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을 R&D(연구개발) 거점으로 재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2020년까지 연구원 3000명을 더 채용해 1만2000명으로 늘려, 미래차에 대비한다는 것. 하지만 입주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R&D 계획도 꼬이고 있다. 또한 서울 중심으로 산재된 계열사 15개를 한곳에 입주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계획도 미뤄졌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금을 줬다는 것은 기존에 이자이익으로 보유하던 자본이 토지라는 무수익 자산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회사 수익성은 마이너스 입은 것”이며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 자본효율성을 개선하고 미래차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차질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인허가 문제는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