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2000년대 초중반 '와타나베 부인'이라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에 활발하게 투자했다. 당시 일본의 금리는 0%대인 반면 영국, 호주, 브라질은 5~10%대로 높았다. 이에 저금리로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인 해외 채권에 투자했다. 이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다. 이들은 금리 차이로 인한 수익 뿐아니라 투자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높아져 환차익까지 챙겼다.
최근 우리나라 보험업계에서 이에 비교할 만한 '원 캐리' 투자가 시작됐다. 투자 대상은 미국 달러화다. 한국의 금리가 여전히 1%대로 낮은 데다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금리연동형 달러종신보험인 ‘무배당유니버셜달러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달러로 보험료를 납입(원화로 납입하면 달러로 환전)하고 사망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앞서 지난해 7월 ‘무배달 달러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해 5개월만에 누적판매액 4800만달러를 넘겼다.
두 상품 모두 미국의 회사채에 투자한다. 즉, 원화로 투자해 금리가 높은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셈이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미국의 회사채가 국내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에서 그만큼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종신상품이지만 안전한 보장자산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사진=블룸버그> |
'원 캐리' 투자가 제기되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연 1.5%에 머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차례 금리 인상에 이어 올해도 3번 가량의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환율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은 약 3년만에 최저인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화 초강세-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세법 개정 효과로 경기가 호전되고,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 캐리'로 보기엔 원화가 가진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엔화나 달러 같은 기축통화는 금리가 약해지면 해당 통화도 약세로 흐르기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가 가능하다"면서 "원화는 오히려 그 반대 흐름을 보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