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남과 북이 드디어 한 자리에 마주앉았다. 2년 1개월 만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남북이 다시 만나게 된 데에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9일 오전 10시, 남과 북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당국회담을 개시했다.
2년 넘게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재개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뜻이 있음을 밝히면서 그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를 언급한 이래 닷새 만에 성사됐다.
남북 고위급당국회담이 열리는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회담 관련 뉴스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트럼프 대통령 "100% 지지" 두 차례나 언급
2015년 12월 차관급당국회담 이후 끊긴 남북대화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국제사회 공조의 힘이 컸다. 특히, 한반도 주변 4강은 적극 지지 또는 암묵적 동의로 남북대화 개최에 기여했다.
미국은 한미동맹 약화 우려 속에서도 남북대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6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남북대화가 평창 동계올림픽 그 이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이를 100% 지지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북한식당 폐쇄' 대북 제재 협조한 중국
중국의 역할도 컸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길로 나서게 한 면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자국 내 북한 관련 기업들을 120일 내 폐쇄하겠다고 했고, 그 시한이 이날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폐쇄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결의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법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다시 못박았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것이 (북한이 남북회담에 나선) 1차적 목표"라며 "(남북회담 의제로)대북제재 논의에 지나치게 발 담그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남북관계가 평화적 형태로 발전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IOC,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마감시한 연장
러시아와 일본도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줄곧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온 러시와와는 달리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지 않게 여길 일본도 적어도 겉으로는 이번 남북대화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각각 차이는 있는데 일본은 떨떠름할 것이다. 미국도 한미동맹 이완이나 대북 압박 약화 등을 생각하면 다소 불편하고 걱정스러울 것인데, 그래도 반대 입장을 접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는 원래 적극적으로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언급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한몫했다. IOC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토록 하기 위해 마감 시한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IOC는 성명에서 "우리는 유엔(UN)의 제재를 존중하면서도, 등록 마감 시한을 연장하고 자격 심사 과정에서 북한 선수들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등 문을 열어뒀다"고 했다.
IOC의 이 같은 움직임은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기회를 살리기 위한 배려로 읽힌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