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욱 기자] 새해 들어 강남 아파트 집값이 치솟자 연내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세율 인상 대신 과세표준을 주택 공시가격과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과세표준을 바꾸는 것은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해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별위원회에서는 주택 보유세 조기 인상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부세 세율을 인상하거나 과표구간 조정, 공시지가 적용비율 조정,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세율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은 1가구 2주택 이상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 1가구 1주택은 9억원 이상이다. 세율은 과세표준의 0.5~2.0%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의 80%를 과세표준으로 정하고 있다. 1가구 2주택 이상은 주택공시가격의 6억원의 금액을 공제한 뒤 금액에 80%를 곱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2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공시가격 합이 1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6억원 공제 후 과세표준은 3억2000만원(4억원Ⅹ80%)이 된다. 6억원 이하에는 세율 0.5%가 적용돼 160만원의 세금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인상하면 과세표준금액은 공시지가와 같아진다.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가 되면 이 경우 과세표준은 4억원(4억원Ⅹ100%)으로 세금이 200만원으로 올라간다.
공정시장가액은 대통령령인 시행령에서 60~10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이형석 사진기자> |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로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새해 첫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33% 올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해 첫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주 0.74%올라 전주(0.44%) 보다 상승폭이 컸다.
애초 보유세 인상은 오는 8월 발표 예정인 조세정책방향에 반영해 내년부터 적용하는 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새해에도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인상 시기를 앞당긴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부동산시장 진단과 같은 국토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 인상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시가 현실화문제는 국토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방안"이라며 "특위 논의와 상관 없이 공시가격 현실화는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유세를 기계적으로 늘리는 게 답은 아니다고 생각한다"며 "세 부담 조정을 통해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이 맞지 않나"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8일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보유세 개편은 다주택자에 한정해 조세 형평성과 거래세와 보유세의 세입세출 상황,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검토하는데 단기적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