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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다주택자 "세금폭탄·거래절벽 피해 자식에 증여한다"

기사등록 : 2018-01-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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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이후 강남권 월별 증여건수 꾸준히 증가

[뉴스핌=김신정 기자] #서울 강남권 일대 50㎡(15평)빌라가 1월 매물로 나온지 한달 여만에 4억원에 팔렸다. 강남 일대 매물 품귀현상이 이어지며 아파트 매물은 찾아볼 수 없고 소형주택도 나오기가 무섭게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노부부가 자녀를 위해 구입했는데 계약자 명의를 자녀 이름으로 해주면서 자연스레 증여가 이뤄졌다.

부담부 증여 등의 형태로 자녀에게 주택을 넘기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이 다가오는데다 주택거래가 감소하자 절세를 통한 증여가 늘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국감정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주택 거래원인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의 누적 증여 건수는 1만27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증여 건수가 7만9364건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8·2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일대 주택 증여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 9월 주택 증여수가 58건에서 11월 81건으로 증가했다. 강남구는 이 기간 58건에서 96건으로 송파구도 23건에서 65건으로 늘었다. 강동구 역시 같은 기간 100건에서 167건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종로구는 지난해 9월 25건에서 11월 19건으로 줄었다. 또 중구는 이 기간 13건에서 11건으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6.19 부동산 발표 이후 주춤했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 치솟는 서울의 집값을 이기지 못한 수요자들이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잠실동의 아파트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서울 강남권 증여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자녀에게 전세나 대출을 끼고 집을 사주는 부담부 증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 상승이 예상돼 팔자니 아깝고 보유하자니 양도세 중과와 금융 대출 규제 등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증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남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에 매물이 거의 없지만 사전에 자녀에게 전세나 대출을 끼고 명의를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이 올라와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양도 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 등록을 하는 대신 '증여'를 선택한 다주택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의 경우 집을 팔기에는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데다 임대사업에 등록하자니 일정기간 매매를 할수 없다는 제한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경우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4월 이전에 매매를 하거나 임대사업에 등록하면 된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며 "1년, 2년 단계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팔게 해야지 8년 동안 매매를 할 수 없게 하는 임대사업에 누가 등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아예 다주택자들이 일찌감치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식으로 넘겨주는게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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