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는 안전관리 부실, 대피와 초기 대응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방청(청장 조종묵) 소방합동조사단은 17일간 현장감식과 대면조사 및 전문가 자문 등 화재 전반에 대하여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필로티 건물의 취약성, 건물주의 소방안전관리 부실, 신고와 대피의 지체, 초기 소방대응력의 역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제천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화재 당시 불과 4~5분 만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전층으로 확대됐는데 특히 2층 여자 사우나의 경우 방화구획이 잘 되어 있지 않은 화물용 엘리베이터실과 EPS 및 파이프덕트 등을 통해 화염과 짙은 연기가 곧바로 유입됐다.
또 사람들을 대피시켜줄 수 있는 종업원도 없는 상태였고 2층 목욕탕 내에서는 비상경보음도 잘 들리지 않아 대피시기가 늦었다. 비상통로에는 선반이 설치돼 장애물로 작용했고 비상문도 폐쇄돼 있었다.
아울러 7층과 8층에서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밸브를 차단해 작동하지 않았으며, 배연창은 수동 잠금장치로 고정돼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와 함께 CCTV 녹화자료와 목격자 및 소방대원들의 증언을 종합 분석한 결과 15시 48분에 발생한 화재를 직원들이 자체진화 시도하다가 실패하면서 5분의 골든타임이 흘러갔다.
이로 인해 대피유도와 119신고가 늦어져 소방선착대가 도착한 시점에 화재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사태(최성기)에 도달했다. 진압대원 4명이 포함된 소방 선착대가 건물내부로 진입해 구조활동을 전개하거나 전방위로 확대되는 화재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휘 전달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본부 상황실에서 내부에 사람이 많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후 무전으로 전파된 정보는 없었고 휴대전화를 사용해 화재조사관에게 2차례, 지휘팀장에게 1차례 전파했다.
동시에 다수 전파가 가능한 무선통신 대신 특정인 간의 휴대전화 전파 방식이다보니 출동 중이던 구조대에는 동일 내용이 전파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논란이 됐던 유리창 파괴가 늦어진 배경은 불길과 복사열을 어느 정도 제압한 후에 진입하려는 소방서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1층 주차장 차량 연소로 인한 복사열이 생각보다 심해 사다리를 거치하기 불가능했고 만약, 연기가 외벽 불씨와 결합해 화염으로 변화면 화재가 건물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소방청은 "지휘역량 향상, 소방활동의 근원적인 환경과 여건 개선, 취약점을 내포한 건축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