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제출했던 쪽이나 준비하고 있던 의원들은 거래 전면 금지 카드를 내놓은 법무부를 향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또 법무부를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쪽도 "전혀 보고받은 바 없다"며 거리를 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3층 브리핑실에서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으로 본다며 거래소 폐지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글이 폭주했다. 이후 청와대가 "결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쪽에서도 법무부 장관의 강경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 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화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거래에 대한 규정과 이용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는 ‘전자금융거래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현재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으로 규정해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가상화폐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난처해졌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상품화의 길을 열어주면 세제 문제나 투자자 보호가 깔끔하게 해결된다"며 "하지만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 여당 중진 의원이 초를 칠 수는 없어서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쪽도 법무부 측의 행보에 떨떠름해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사전에 국회가 보고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 같은데 아직 정부 부처끼리도 의견 통일이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역시 법무부의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일각에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특정 재화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가능한가 싶다"며 "형법 체계와 판례 등에 비춰볼 때 가상화폐 거래를 마약거래나 도박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이 아니라 제정이면 공청회도 열어야 하고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입법까지 족히 일년은 걸린다"며 "무슨 자신감에서 저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으로 투자자의 불만이 고조되자 야당도 거래소 폐지 반대 기류에 가세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또 하나의 ‘쇄국정책’으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역시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일방적인 폐쇄 조치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조치”라고 우려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른손으로는 4차산업혁명 깃발을 들고 왼손으로는 4차산업혁명 투자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