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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작가 마리로랑생 작품 속 다양한 여성상…니콜은 절친 이상의 존재?

기사등록 : 2018-01-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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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랑생의 '키스' <사진=예술의 전당>

[뉴스핌=이현경 기자] 신여성 작가 마리로랑생. 그녀의 작품에는 다양한 여성의 얼굴이 존재한다. 이전 세대에 수동적이거나 우아한 고풍의 여성뿐만 아니라 고독, 슬픔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여성상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그와 각별한 사이었던 '니콜'의 등장이 흥미롭다.

마리로랑생(1883.10.31 ~ 1956.6.8)은 여성 화가가 드물던 100년 전 회화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작가다. 피카소의 영향을 받던 때도 있었으나, 핑크와 보라, 파랑과 회색, 녹색의 어울림을 만들어내고 부드러운 선을 회화기법으로 사용하는 등 어떠한 파도 만들지 않고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며 예술성을 구축했다. 100년이 흐른 후에 보아도 그의 그림에서 뿜어내는 색채의 아름다움, 매혹적인 감각이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마리로랑생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983년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이후 비제라 마르틴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피카소의 소개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격정적인 사랑을 했다. 아쉽게도 기욤아폴리네르가 프랑스 루브루 박물관에 소장된 ‘모나리자’를 훔친 용의자로 지목되자 두 사람은 이별을 맞게된다. 이후 독일 귀족과의 불행한 결혼,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스페인 망명생활 등 그의 73년 인생은 결핍과 소외,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는 이러한 감정을 자신만의 화법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집중했다.

그의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것이다. 자화상을 비롯해 코코 샤넬, 샤를 델마스 부인 등 명사들로부터 초상화 주문을 받아 그렸다. 또한, 마리로랑생이 평생 동안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큰 대작으로 꼽히는 '보몽 백작부인의 환상적 초상'이 있다. 남성적인 복장을 한 백작 부인 에디트를 상상을 가미해 그리 전신 초상이다.

마리로랑생 '춤' <사진=이현경 기자>

또 의상, 무대 디자인, 잡지 표지, 상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예술 활동을 펼쳤다. 그가 무대 장식과 의상을 담당했던 세르게이 드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 '암사슴들'의 의상,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암사슴들'은 도시적 여성들의 일상 즉 모던 라이프를 표현한 작품. 그는 이 작품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별도의 260부 한정 2권 세트로 펼쳤다. 일러스트 '암사슴들'의 제2권에는 마리로랑생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세계2차 대전으로 남성들이 많은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그 슬픔을 여성의 모습으로 담아 작품에 나타낸 작품이 있다. 바로 '춤'이다. '춤' 속 여성들의 모습은 전쟁 후 후방에 남겨진 상실감과 슬픔을 보여준다. '춤' 속 여성과 개와 암사슴이 춤을 추고 있어도 우울한 시선을 갖고 있으며 공허함 마저 준다.

또한 마리로랑생은 자신의 절친인 니콜에 대한 애정도 작품에 드러낸다. '춤'에서 푸른색 드레스에 황토색 기타를 치고 있는 건 로랑생 자신이다. 그리고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그의 친구 니콜이다. 니콜은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파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리로랑생을 도운 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로랑생에게 니콜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리로랑생이 친구였던 니콜을 우정을 넘은 애정을 품었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니콜이 등장한다는 것. 마리 로랑생뮤지엄 관장 히로히사 요시자와는 "그의 작품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자주 등장한다. 마리로랑생은 그의 친구였던 니콜에 대해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졌다"라고 전했다. 

마리로랑생의 '조각배' <사진=예술의전당>

니콜은 '조각배'에도 등장한다. 이 그림은 1916년 바르셀로나에서 그린 '말에 탄 여자'와 같은 같은 시기에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작은 배에 타고 있는 두 여자는 당신과 나"라고 적힌 편지를 니콜에게 보냈다. 사실 이 그림과 같은 구도는 과거 '파시 다리'에서도 사용한 적 있다. '파시 다리'는 마리 로랑생의 옛 연인이었던 귀욤 아폴리네르와 틀어진 사이를 다시 다잡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린 것으로 아폴리네르가 자신을 이끈 존재로 그렸다. 하지만 '조각배'에서는 아폴리네르의 위치에 니콜로 바꿔그렸고, 이는 마리로랑생에게 니콜의 존재가 남달랐음을 알려준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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