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은행이 쓴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가상화폐 시장에서 은행권이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도입한다는 뉴스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테스트 소식만 전해져도 해당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한다. 대표적인 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일본은행과의 국제결제망에 리플(XRP)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치가 급변하는 가상화폐를 금융시스템에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은행이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가상화폐와는 별개의 기술이라는 얘기다.
블록체인 이미지 <출처=바이두> |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일본은행과의 국제결제망에 도입을 연구 중인 블록체인 시스템은 리플사(社)가 개발한 엑스커런트(X-Current)라는 별개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현재 거래되는 가상화폐 리플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엑스커런트의 별개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등장할 여지는 없다.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달리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일부 사업자에게만 원장(거래장부) 기록이 가능하게 제한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일본은행과 엑스커런트에 대한 송금처리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테스트 기간이 끝난 뒤에야 도입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간에서 오해가 많은데 이 프로젝트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리플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KEB하나은행이 무역금융에 이더리움(ETH)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보도도 와전된 케이스로 꼽힌다. 삼성SDS 주도로 38개 기관이 참여한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서 이더리움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이 테스트에 쓰이는 블록체인은 삼성SDS가 개발한 넥스레저(Nexledger)다.
넥스레저는 이더리움의 특징으로 꼽히는 스마트 건트렉트(Smart Contract) 기능을 차용했지만 전혀 별개의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넥스레저 역시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주요 가상화폐의 강점과 기능을 일부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치가 급변하는 가상화폐를 도입한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라며 “전혀 다른 별개의 블록체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결과물인 가상화폐를 제도권에서 활용하는 방안은 현재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변동성이 너무나 큰 탓이다.
금융권의 블록체인 업무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기업들이 개발하는 블록체인은 전혀 별개의 기술”이라며 “가격이 널뛰는데다 누가 얼마나 보유했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상용화해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내건 가상화폐 시장이 오히려 그 특성 때문에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