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부담을 완충시킬 이른바 ‘갑을 표준계약서’를 보급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공급원가가 인상할 경우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하도급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원사업자의 긴급발주로 추가비용일 발생하거나 계약에 없던 철근받침대(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필요) 제작비용 등의 비용도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개정 하도급법 공포 및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제·개정된 대상 분야는 철근가공업(제정 1개 분야)을 비롯한 건축물유지관리업, 건축설계업, 디지털 디자인업, 제품・시각・포장 디자인업, 환경 디자인업, TV・라디오 등 제작 분야 광고업, 전시・행사・이벤트 분야 광고업, 엔지니어링업(개정 8개)이다.
우선 이날 공포된 개정 하도급법에는 하도급 계약 기간 중 최저임금·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공급원가가 증가할 경우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로부터 대금 조정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반드시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아울러 제·개정된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원도급금액이 증액될 경우 하도급금액을 반드시 올려주도록 반영했다. 즉, 계약 기간 중 최저임금 상승 등과 같은 경제상황 변동이 생기면 원도급금액 증액에 따라 원사업자는 대금을 올려줄 의무가 부여된다.
작업도구·비품 등의 가격 변동도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 요건에 포함했다. 조정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와 협의를 개시해야한다.
부당특약에 따라 부담한 하도급업체 비용 보전에 관한 규정도 신설했다. 따라서 원사업자의 부당특약으로 인해 하도급업체가 비용을 부담한 경우 하도급업체는 해당 비용을 원사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DB> |
철근가공 업종의 경우 비용부담 주체가 불분명해 하도급업체에게 전가할 우려가 큰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토록 명시했다.
예컨대 원사업자의 긴급발주에 따른 추가발생 비용, 당초 계약에 없는 철근받침대 제작비용, 철근 하차로 인한 공사 지연 등 현장대기료 비용은 수급사업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공정위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실효성을 위해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의 점수를 반영키로 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원사업자의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 점수는 최대 8점(중견기업 8점, 건설업종 대기업 7점, 제조・용역업종 대기업 6점)이다.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 결과는 최우수(95점 이상), 우수(90점 이상), 양호(85점 이상) 등으로 등급화 돼 있다. 각 등급 간 점수 차이(5점)보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에 부여된 배점(6~8점)이 큰 만큼, 원사업자의 등급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부여받은 업체는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2년간 면제다. ‘우수’ 등급의 경우는 1년간 면제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에 제・개정된 표준하도급계약서가 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과 협조해 설명회 등을 개최할 것”이라며 “사업자들에게 표준하도급계약서의 내용 및 향후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 방향 등에 관해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기업이 거래상대방인 1차 협력사에 상생협력을 독려할 경우 하도급법상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제재하지 않는 내용의 관련 지침을 1분기 마련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