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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빅데이터 전쟁...기획부터 사기방지까지"

기사등록 : 2018-01-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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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인터뷰
인천공항 T2·홍대 입점 할때도 빅데이터 활용

[뉴스핌=최유리 기자] # 30대 직장인인 김정현씨. 은행 입출금통장만 이용하는 그의 거래내역을 보면 월급은 잠깐 스쳐가는 숫자일뿐이다. 해외여행을 위해 환전을 자주하는 것 외에는 은행 창구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김씨는 예상 이탈률 88%에 달하는 위험 고객이다. 언제든지 다른 은행으로 갈 수 있는 고객이라는 얘기다. 이탈을 막기 위한 답은 데이터에 있다. 환전을 자주하는 김씨에게 환율우대 쿠폰을 제공하며 여행적금을 추천하는 것.

적금 가입 후 얼마나 돈이 모였는지 확인하는 건 김씨만이 아니다. 은행은 모바일 앱에서 투자 상품을 검색한 고객이 이탈한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은행은 김씨에게 가입할 만한 펀드를 추천하는 쪽지를 보내고, 상담을 권유한다.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사진=신한은행>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은 필요한 상품을 추천받고, 은행은 고객 기반을 공고히 하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디지털 신한'을 내건 신한은행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5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빅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전문가인 김철기 본부장(53)을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금융공학석사(MFE)와 스탠포드대 통계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등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간 근무했다.   

김 본부장이 입행 후 지난 6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것은 조직 구성이다. 우선 본부장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전략을 수립하는 'BD기획팀'과 신기술을 도입·활용하는 'BD솔루션팀', 빅데이터 인프라를 다루는 'BD플랫폼팀'을 꾸렸다. 지난해 출범 당시 11명이었던 직원은 35명으로 늘렸다.

조직 뼈대를 잡은 김 본부장은 행내 소통에 나섰다.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데 각 부문별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부터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 "데이터가 곧 CASH"

"빅데이터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고객의 금융 성향, 즉 자금 흐름입니다. 고객(Customer), 자산(Asset), 영업점(Store), 돈의 흐름(History of money)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빅데이터는 곧 CASH라는 개념도 만들었죠. 2500만여명의 고객, 460조원 규모의 금융성향, 900여개의 영업점과 월 3억건의 자금흐름 속에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카드 결제 금액을 분석하면 소비 규모와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관리비 규모로 거주지 규모를 추정하고, 여유자금에서 향후 구매력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계좌 잔액, 카드 사용 내역같은 핵심 정보 외에 은행 홈페이지, 앱 내 활동 내역 등도 분석 범주에 들어간다.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나 홍대 등 입점 경쟁이 치열한 자리를 꿰차는데 빅데이터 분석이 주효했다.

"홍대에 입점한다고 하면 향후 10년 운영 계획에 대한 시나리오를 짭니다. 잠재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서 예상 비용과 수익을 계산하죠. 학생증과 연계한 금융 상품같이 어떤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할지 전략도 짜고요. 빅데이터를 통해 다른 은행과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향후 지점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앞선 사례처럼 고객 이탈 방지와 기반 고객 확대에도 빅데이터가 쓰인다. 우선 올해 상반기 WM그룹과 협업해 고객 이탈방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신규 상품 기획, 영업점 및 콜센터의 고객 불만 대응, 사기금융거래 탐지 등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젊은 세대가 지금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디지털 뱅킹을 경험하지만 이들의 소득이 쌓이면 WM등 고급 서비스를 원하게 될 겁니다. 잠재적인 은행 고객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피 터지는 디지털 전쟁을 벌여야 하죠. 이때 빅데이터로 숨은 사업기회를 찾으면서 금융의 판을 흔들고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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