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홍주 기자]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사측으로부터 새로운 근로계약 내용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연 상여금은 기본급의 500%였으나, 이 중 400%를 기본급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사측은 바뀌는 사항을 구두로만 통보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삼성중공업·포스코 등 대기업 협력업체가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임금 적용에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30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 지급에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직장갑질119가 파악한 업체는 10곳이다.
LG디스플레이·삼성중공업·포스코·아시아나 등 대기업 협력업체를 비롯해 분당차병원·청주에그팜(SPC 계열사)·커피빈코리아·LH아파트·신선설농탕·한국은행 용역업체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시켜 지급, 임금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킨 것으로 지적된다.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인 삼구아이앤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의 사내협력업체와 용역업체인 민경산업, 포스코 납품업체 등의 경우다.
이진아 노무사(직장갑질119 최저임금 담당)은 "제보자에 따르면 업체 측에서 LG디스플레이에서 요구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상여금을 낮춰 기본급화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여금은 지급주기를 바꾸더라도 최저임금에 산입해서는 안된다.
민주노총과 직장갑질119가 최저임금 위반 제보 '놀부회사' 처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고홍주 기자> |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과 관련 근로계약서를 변경할 때도 제대로 된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동자 과반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거나 노동자 과반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일괄적으로 임금개편동의서를 나눠주거나 구두로만 변경 내용을 통보하는 식으로 임금개편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직장갑질119 측은 "상담자 대부분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업체명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지 않는다"며 "최근에도 대기업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몇 개 있어 이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 측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협력업체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