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580억엔(약 5700억원)대의 'NEM(넴)' 해킹 사고를 당한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북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취급하는 암호화폐 '모네로'가 북한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 익명 암호화폐 '모네로' 북한에 이용되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인체크가 익명 암호화폐 모네로의 취급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인체크는 지난 26일 580억엔(약 5700억원)대의 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일본의 거래소다.
모네로는 암호화폐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을 익명으로 거래하는 암호화폐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들은 블록체인에 거래 내역이 남지만, 모네로를 비롯한 익명 암호화폐들은 거래 시 데이터를 섞어(Shuffle) 송신자를 추적할 수 없도록 한다. 자금세탁이나 세금 회피에 이용하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서 규모로 1, 2위를 다투는 코인체크가 지난해 9월 금융청의 가상통화거래소로 등록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익명 암호화폐를 취급한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코인체크가 취급하는 익명 암호화폐는 모네로와 Z캐쉬, 대쉬 등 세 종류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북한 자금세탁에 이용된다는 의혹을 받는 '모네로'다.
북한이 모네로를 이용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건 지난 1월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에릴리언볼트가 보고서를 내면서부터다. 에일리언볼트는 모네로를 채굴한 뒤, 북한에 있는 대학 서버로 보내는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모네로를 이용해 외화를 획득하는 게 사실일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최근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에 국제적으로도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논란의 여지는 크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암호화폐 규제안을 공동으로 발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해당 규제안에서 핵심은 자금세탁 대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카와 마사츠쿠(浅川雅嗣) 재무성 재무관도 29일 "(암호화폐가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도 확실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 논란 중심에 선 코인체크, 자체 취급중단 어려워
신문은 코인체크가 익명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에도 모네로를 취급 중단하지 못할 거라고 보도했다.
한 가상통화 관계자는 "(코인체크가) 취급 중단을 하는 순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코인체크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넴 유출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코인체크이기에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진 않을 거란 뜻이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모네로의 가격은 30일 오전 11시 30분 시점에서 1모네로 당 310달러다. 2016년 말과 비교해보면 약 25배 오른 수준이다. 모네로의 시가총액은 약 49억달러(약 5조2500억원)으로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13위다. 가격이 하락한다면 거센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코인체크가 취급하는 암호화폐는 총 13개로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보면 많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오오츠카 유스케(大塚雄介) 코인체크 이사는 과거 "국내 거래소가 다루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투자가는 크라켄(Kraken) 등의 해외 거래소로 가버릴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문은 "(코인체크가) 다양한 화폐를 다룬다는 점이 현재는 독이 됐다"며 "본심은 세계 규제로 거래가 금지되길 바랄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