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모리토모(森友)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에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6년 국유지 매각 협의가 이뤄졌을 당시 모리토모 학원의 이사장이 "아키에 여사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야당은 아키에 여사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 아키에 여사, 모리모토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격려?
2017년 3월 23일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당시 모리토모(森友)학원 이사장이 일본 도쿄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2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 공산당의 다츠미 고타로(辰巳孝太郎) 참의원 의원이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모리모토 학원의 국유지 매각과 관련된 음성 녹음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녹음 파일은 2016년 3월 16일에 녹음된 것으로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당시 모리모토 학원 이사장이 국토교통성 오사카항공국 담당자들과 국유지 매각을 놓고 협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모리모토 학원은 소학교 건설예정지로 오사카(大阪)부 도요나카(豊中)시에 위치한 국유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건설부지에 새로운 쓰레기 폐기물이 발견됐다. 녹음 파일은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폐기물을 이유로 새로운 계약조건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녹음 파일에서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나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 일"이라며 "폐기물 철거비는 긴키(近畿)재무국과 항공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전날인 15일에 재무성을 항의 방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어제 우리가 재무성을 나오자마자 아키에 여사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아키에 여사가) '어떻게 됐습니까. 힘내세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츠미 의원은 이 녹음 파일을 바탕으로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에게 "아키에 여사가 가고이케 전 이사장에게 실제 전화를 했냐"고 질문했다. 아베 총리는 "질문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대답하며, 이후 아키에 여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의향을 비췄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 격려를 받았다는 가고이케 전 이사장 발언은 아직 진위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다츠미 의원도 이 날 "아키에 여사 본인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안타칼니스 국립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재무성, 국유지 매각 협의 문서 존재 인정
한편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재무성의 오타 미츠루(太田充) 이재국장이 참석해,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매각에 대해 내부에서 협의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가 있다고 인정했다.
오타 이재국장이 존재한다고 말한 문서는 지난 1월에 공개된 5건의 공유지 매각 관련 문서 외에 추가적으로 존재하는 문서들이다. 문서의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문서 중에 불개시정보(不開示情報·공개하지 않는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재무성 측이) 확인이 끝나는 대로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재무성은 지난 1월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학 교수에게 재무국 내에서 법적 검토를 기록한 문서를 5건 공개한 바 있다. 문서 중에는 협의의 경위가 적혀있는 것도 있었다.
이는 작년 국회에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 전 재무성 이재국장(현 국세청장)이 관련 기록은 전부 폐기했다고 설명했던 것과 배치된다.
사가와 국세청장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표면화될 당시 수습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가고이케 전 이사장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출석해 "사가와 전 이재국장의 부하 직원으로부터 사가와 국장의 명령이라며 '10일만 다른 곳으로 몸을 숨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모리토모 학원 비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최장기 총리 집권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의 약점으로 여겨진다. 2017년 초엔 모리모토 학원 비리가 표면화되면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0%대까지 내려앉았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