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윗선 지시 취지의 일부 진술과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특정인을 고발 조치하지 않고 채용비리 검사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5일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채용비리 윗선 지시 여부와 관련해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나타난 부분도 있고, 채용 특혜 리스트에도 관련 메모들이 들어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다만 수사 과정에서 누가 지시를 했고 청탁을 했는지 좀 더 밝혀져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 고발이 아니라 검사에서 나타난 채용비리 자료를 검찰에 모두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현장검사에서 확보한 특혜 채용 리스트에는 여러가지 단서가 될 만한 메모들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앞선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등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채용에서 특혜를 주려고 만든 VIP 명단을 검찰에 제출했다. 하나은행 명단에는 55명의 이름이 포함됐다. 이들은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시험 성적으로만 당락이 갈리는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전원 합격했다.
국민은행의 명단엔 20명의 이름이 담겨있다. 이들 역시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 과정도 합격했다. 이들 중 특혜가 의심되는 3명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가 포함됐다. 이번 VIP 명단에는 금감원 채용비리 정황으로 포착한 22건(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이 포함됐다. 명단에 들어간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해 검찰에 자료가 제출된 상황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미국 위스콘신대 등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면접 점수를 올리고 한양대, 가톨릭대, 동국대 등 서울과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 여부를 조정하기도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우) <사진=각 사> |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채용비리 정황에 대해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한다. 해당 은행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더러, 신입직원 채용의 '자율권'을 당국이 전면 부정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측은 "금감원이 지적한 사외이사 관련자는 거래업체의 사외이사로 전혀 문제가 없고 주요 거래 대학은 우대하고 있다"며 "의혹 대상자 관련 청탁자와 지시자가 없고 당행의 인사정책 원칙과 기준에 적합하게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척의 채용과정에 대해 "해당 지원자는 당시 5명을 뽑는 호남·제주 지역 할당제로 지원해 공동 2등을 기록했다"며 "특혜채용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금감원은 은행 컴퓨터 서버를 통해 채용 특혜 리스크를 확보했고 '채용비리'라는 결과는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채용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대로 추천, 청탁을 했다고 해서 합격을 시키고 (임의로) 점수를 올리고 내려서 합격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은행에선 그걸 자율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채용비리는 확실시되게 증빙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자료를 넘겨받아 5개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했다. 수사대상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2개 시중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3개 지방은행이다.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으로 보고됐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