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수진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주유소 현장을 찾아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소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산업부와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백 장관은 지난 5일 오후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주유소를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원활한 정착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달부터 지원하고 있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설명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 한 주유소의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밀고 있는 일자리자금 지원사업이 사실상 경영환경 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유소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표 업종이지만, 신청 조건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사실상 지원 요건 충족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주유소 가운데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업소는 지금까지 1% 미만 수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망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따라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는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 요건이 주유소업종의 특성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우선 주유소 근로자들은 보통 일 10시간 이상을 근무, 월 급여가 일자리자금 지원요건인 190만원을 상회한다. 또한 업종 특성상 아르바이트생 등 연령대가 낮은 단기근로자가 많은데, 이들 중 대다수가 고용보험 가입을 원치 않는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이 지원되는데 단기근로자들은 대부분 고용보험 가입을 꺼린다"며 "특히 젊은 층들은 고용보험료를 내는 만큼 월급이 적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주유소는 소위 기피업종으로 직원 채용이 쉽지 않다"면서 "어렵게 직원을 구했는데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면 사실상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유소 사업주들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사업 자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원 신청률이 저조하다"며 "주유소 사장들이 신청 방법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는 백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한 만큼, 향후 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보완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의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며 "유관 부처 논의 과정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