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이동훈 기자] 9년 만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대우건설 매각이 또 다시 좌초됐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대우건설 해외사업 부실 여파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업은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은이 당분간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날 산업은행 등에 대우건설 인수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8일 만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발을 빼는 이유는 작년 4분기 드러난 해외부실이 결정적이다. 대우건설은 애초 4분기 영업이익이 1800억원대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손실 1431억원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2000억원 넘게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이는 모로코 사피 사업장에서 추가 손실 3000억원 정도를 반영한 결과다.
대우건설이 작년 4분기 3000억원대 해외손실이 발생하자 호반건설 입장에선 인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란 게 호반측의 설명이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는 "그동안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했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을 발생해 이번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이날 호반건설로부터 대우건설 주식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의 포기의사를 전달 받고, 이에 따라 M&A절차를 공식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이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매각이 결렬돼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산은과 IB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우건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M&A 절차 중단을 선언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는 역력하다. 호반건설이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갑작스럽게 인수 중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전날까지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정밀실사 논의를 진행했지만 호반측으로부터 인수 중단 등에 대한 별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해외 부문의 손실은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해외부실이 있을 것이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실적발표 전까지는 구체적인 부실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사업 부실은 매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산업은행이 매각 무산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로 대우건설 매각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본입찰에 호반건설 단독으로 참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대우건설의 추가 부실 우려도 매수자를 찾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매각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재매각 추진 등은 앞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한 바 있다. 호반건설이 전체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100만 주) 중 40%(1억6600만 주)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 10.75%(4500만 주)는 2년 뒤 매입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매각가격은 약 1조6000억원(주당 7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호반건설은 2월 중 정밀 실사를 거쳐 4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7월께 매각 절차를 끝낼 계획이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이동훈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