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를 필두로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지만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이 가파르게 하락할 때 뭉칫돈이 유입되는 금이 한 주 사이 하락, 1개월래 최저치로 밀린 것.
골드바 <사진=한국거래소> |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주가 폭락에도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장중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이 0.2% 소폭 내린 온스당 1316.30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한 주 사이 금 선물은 약 1% 떨어지며 1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공식적인 베어마켓에 진입한 한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1월 고점 대비 14% 내외로 급락했지만 금값이 약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지난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306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자금 유출이 발생한 상황에 금이 투자 자금을 유인하지 못한 데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이는 이번 주가 조정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국 경제가 올해 탄탄한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주가 폭락이 금값을 끌어올리지 못한 배경으로 꼽힌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고, 일부 투자은행(IB)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0%에 근접할 경우 네 차례의 긴축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책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은 이자 소득을 제공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글로벌 증시의 6년래 최대 하락에도 투자자들이 금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조지 마일링 스탠리 부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요 자산시장이 하락할 때 안전자산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이 아니라 금을 매도했다”고 전했다.
반면 달러화는 최근 완만하게 상승,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금 대신 달러를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 폭락장에 투자자들이 실물자산보다 현금을 늘린 셈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