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서울시내 편의점주들의 40%는 한 달에 하루도 못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을 위한 근접출점 강요 등 가맹본부의 횡포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
서울시는 시내 5대 편의점(출점 수 기준) 총 951명의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11월~올해 1월 진행된 이번 조사는 편의점주 노동시간 및 휴식일 보장, 심야영업, 건강상태, 적정 영업지역 보장, 근접출점 등에 걸쳐 이뤄졌다. 시민 모니터링요원의 설문과 추가 방문, 전화 조사, 계약서 분석, 심층 인터뷰, 외부기관을 통한 시민인식 조사가 병행됐다.
◆주당 65.7시간 일하고 식사는 단 15.6분…병 달고 살아
365일 24시간 점포를 운영하는 편의점주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48.3시간)보다 17.4시간 많았다.
근무 중 식사시간은 평균 15.6분으로, 편의점주 대부분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했다.
월 평균 쉬는 날은 2.4일로 2주에 1일 꼴이었다. 조사대상의 37.9%는 아예 쉬는 날이 없다고 답했다.
일은 힘들고 휴일은 적으니 건강상태가 나빴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장시간 근무로 1개 이상의 건강이상 증세를 보였다.
유형별로는 소화기질환이 57%로 가장 많았다. ‘관절질환’(44.5%), ‘디스크질환’(34.8%), ‘불면증’(29.3%), ‘우울증’(22.5%)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점주 80%·손님 60% 명절 자율휴무제 찬성…"사회적 합의 필요"
편의점주 전체 응답자의 86.9%가 명절 당일 자율영업을 호소했다. 지난해 추석에 문을 연 점주는 82.3%나 됐다.
또 전체 응답자의 93.1%는 현재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는 점주는 62%였다.
이용자 의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설문조사한 결과 명절 자율휴무제 찬성은 65.3%, 심야시간 자율휴무제 찬성은 71.4%로 대체로 높았다.
편의점 자율휴무제에 반대한 시민(복수응답)들은 ‘명절당일 및 심야시간 순번제 영업’(72.7%), ‘편의점 영업시간 정보제공 앱 개발’(52.4%), ‘편의점 외부 ATM 및 자동판매기 설치’(35.4%)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휴일·심야영업은 소비자 편의성은 확보되나 점원 및 점주의 건강권 침해, 범죄 노출 등 단점도 있다. 때문에 유럽은 일요일 정기휴점을 유지하고 심야영업을 금지한다. 일본도 외식업을 중심으로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태웅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휴일, 심야영업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영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편의점뿐 아니라 자영업자 및 근로자의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 횡포 여전…확인되면 공정위 조사 의뢰
편의점주들은 영업지역 내 가맹본사가 신규 편의점을 만들 때 동의서 작성을 요구해도 거부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 4를 보면,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기간 중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일부 편의점주들은 계약기간에도 본부가 출점 동의서를 받아가는 방법으로 영업지역 내에 다른 편의점을 내 매출감소로 이어진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확인된 편의점주 근로환경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모범거래기준을 수립·배포하고 법령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의 부당한 강요가 감지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