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동진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북한의 경제난이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제난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에 따른 것으로, 최근 북중 간 경제협력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가중되는 모양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의 주민들.<사진=유엔 제공> |
◆ 대북 제재 여파? 공장 가동률 10%대 추락해도 물가는 '껑충'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14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북한 역시 음력 설을 민족 최대명절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번 해는 무엇을 먹을지 정말로 깊은 고민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기름과 전력난으로 인해 현지 공장 가동률이 지난달 10%대까지 떨어졌다"며 "대북 제재의 압박이 북한 내 연료값과 각종 물가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설맞이 북한의 식량 배급에 대해 "나라에서 '명절 공급'을 각 지역기관에 지시한다"며 "각 기관에서 안간힘을 쓰지만 찹쌀만 공급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민들은 당국에 대해 기대가 없다"며 "설에도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는 역대 최악의 경제난"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심각한 경제난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는 9.9절까지 개선되지 않는다면, 김정은에게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6월 북한 주민이 귀순한 후 인천 강화군 봉천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사진=뉴시스> |
◆ 北, 국경경계태세 최고 수준으로 높여
북한은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 최근 들어 북·중 국경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국경 지역에 이미 이달 초부터 특별경비 기간을 설정했다"며 "최고 수준으로 경계태세를 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2.8 건군절과 2.16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을 맞는 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불안요소들을 막기 위해 국경경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계태세가 바뀌면서 일부 열려있던 국경 구간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동안 북한당국이 두만강, 압록강 일대 탈북과 밀수를 차단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며 "하지만 이번 국경 통제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삼엄해 주민들이 장마당에 내다 팔 밀수를 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한은 올들어 북중 접경지역에 러시아산 신형 전파탐지기를 설치, 불법전화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 압록강 강가를 북한 주민이 소 달구지를 몰고 가고 있다.<사진=뉴시스> |
◆ "北 해외 노동자들 대부분 귀국, 인력 수출도 막혀"
최근 중국 등과의 경협사업이 막히면서 북한의 해외 인력 송출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RFA에 따르면, 중동지역에 파견됐던 북한 해외노동자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쿠웨이트의 경우 지난해까지 북한 노동자 수가 4500명에 달했지만, 현재 500여명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젔다.
쿠웨이트는 지난해 중순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 "북한과의 모든 항공노선을 폐지하고, 신규 비자 발급을 중지하는 등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과 과거 우호적 친선관계였던 카타르 역시 지난해 9월 "현재 북한 노동자 수가 1000여명 가까이 되지만 2018년 노동계약이 종료되면 대부분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 유엔 분담금 못내는 북한 "비빌 데가 없다"
자성남 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9일 유엔에 "대북 제재로 인해 유엔 분담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다.
이에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3일 "북한의 유엔 분담금 관련 문제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유엔신용조합에 계좌 개설을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유엔 분담금 지불이 용이하도록 북한 대표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미 국가이익센터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북한은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유엔 분담금을 낼 돈이 없다고 하면서 전 세계의 동정심을 얻는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유엔 분담금을 많이 내지도 않는다"며 "북한이 유엔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그 누구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의 유엔 분담금은 대략 12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장동진 기자 (jangd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