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설이면 뭘해요? 설 기분이 나야죠"
한국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군산 시민들이 맞은 설 연휴는 을씨년스러웠다.
문 닫는 상점들이 늘었나하면 설 세뱃돈으로 시내 중심지에 물건을 사러 나온 청소년들의 발길도 뜸했다. 앞으로를 더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군산시를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크지만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해서다.
지난 17일 오식도동에 위치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공장 주변의 상가들도 모두 문을 닫은 채 싸늘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지난 17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김신정 기자> |
공장 주변에서 만난 한 군산 시민은 "군산시 차원에서 한국GM 차 사주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공장 폐쇄결정과 양산된 실업자 뿐"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군산 경기가 많이 좋지 않다"며 "시청에 GM차를 전시해 판매를 독려하며 GM 살리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시민은 "어디에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군산은 기업들이 다 떠나 군산 인구도 줄고 있지 않느냐"며 우려했다.
한국GM이 군산에서 철수하게 되면 근로자 2000명은 물론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약 1만여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전망이다. 한국GM은 지난 13일부터 군산공장 상무급 이하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하청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몇달째 월급도 못 준 업체가 수두룩 한 상황. 한 시민은 "GM 직영 근로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하청업체는 몇달째 월급이 체납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군산 한국GM 공장이 위치한 오식도동 근처 상가들의 문이 굳게 닫혔다. <사진=김신정 기자> |
한국GM은 군산시 생산의 42.7%를 점유할 정도로 군산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전북지역 경제의 한축을 담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앞서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로 5000여명이 실직해 군산은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군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 울산, 경남으로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산시 지역구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각 노조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산시 지역구 의원인 김관영 의원이 속한 바른미래당은 19일 전북도회의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갖고 전북 현안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전북 경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대규모 실직이 자명한 상황에서는 선제적 특별 고용재난지역 선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지역 기반 정당인 민주평화당도 "정부는 고용정책 기본법에 따라 군산을 신속하게 특별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해 행정과 재정, 금융 특별지원이 포함된 종합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을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군산은 자신들만의 IMF를 맞고 있다"며 "GM 군산공장은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지역경제의 약 20%를 책임졌는데 1400억원 정도가 지역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는 성명에서 "공장 폐쇄는 전적으로 경영실적 부진을 초래한 한국GM 본사에 책임이 있다"며 "한국GM은 노동자를 더 이상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성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