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나도 당했다'는 미투(ME Too) 운동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중이다.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대표하는 검찰 내 폭로가 사회 곳곳에 잠들어있던 분노를 깨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3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현재 '미투'와 '성추행' 키워드에 대한 한국 내 관심도는 각각 39와 100을 가리키고 있다. 한 달 전(미투 16, 성추행 0)에 비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구글 트렌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온라인 상의 관심도를 0부터 100까지 수치로 나타낸다. '성추행' 키워드가 높은 관심을 받고나면 '미투'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잇따른 성추행 폭로가 미투운동 확산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시작하는 글과 첨부 문서를 통해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지난달 26일에만 해도 미투와 성추행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린 뒤 하루만에 관심도는 30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진상조사를 통해 결과에 대한 응분의 조치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대검찰청이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을 발족했다.
검찰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피해 고백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유사한 사건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경찰 조직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찰청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6년 사표를 낸 한 여성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속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산업계에서도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등을 통해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여승무원을 상대로 한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검찰 마크. 김범준 기자 |
문화예술계에서도 폭로가 잇따랐다. 시인 고은씨,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오태석씨, 무형문화재 하용부씨, 뮤지컬 음악감독 변희석씨, 배우 조민기씨가 잇따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피해자임을 밝힌 사람들은 실명으로 상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대학에서도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대나무숲’을 활용해 미투 관련 게시글을 올린다. 이화여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이화여대 에브리타임’에는 지난 21일 하루에만 미투 관련 글이 7건 올라왔다. 연세대 대나무숲에도 미투 동참글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총여학생회와 동아리·학회 등이 연대해 미투 운동에 동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8일 개설된 대학여성단위연대에는 감리교신학대·경희대·동국대·중앙대 총여학생회와 동덕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여성학 모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 내 여성단체들은 오는 3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동국대·동덕여대 등 각 대학 여성주의 동아리는 다음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공동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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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