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들어서니 선뜻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과 특수문자, 숫자로 빼곡한 유리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른바 '코딩 언어'다. 현대카드 사내 카페의 메뉴판도 코딩의 중심이라는 알고리즘 방식으로 제작됐다. 테이블 위와 벽면 곳곳에도 '코딩' 형식을 취한 안내문구가 적혀있다.
현대카드 본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코딩 언어 안내문구들. |
현대카드가 '디지털 기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해 활발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본사 곳곳에 '코딩' 언어를 새겨놓은 것도, 임직원이 디지털 시대의 언어로 불리는 '코딩'에 친숙해지려는 노력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컴퍼니로 근본적인 DNA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디지털화)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현대카드는 알고리즘 디자인랩, N사업부(디지털 금융사업 담당) 등 디지털 관련 부서 인력을 2017년초 140여명에서 현재 330여명으로 늘렸다. 현재 디지털 인력은 전체 직원(2600명)의 13%를 차지한다. 또 기존 임직원들의 디지털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코딩 의무교육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밖에 점심시간 자율화, 복장 자율화, 유연 근무제, 조직의 신설·해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조직 체계 등을 도입했다. 금융회사보다 독창성과 자유성을 요하는 '디지털 기업' 문화도 심고자 했다. 금융사 최초로 디지털 축제 '해커톤'(Hackathon·해킹과 마라톤 합성어) 행사를 도입해 사업 아이디어도 모았다.
현대카드의 변신은 카드업계가 최근 마주한 어려움과 무관치 않다. 가맹점 수수료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려온 카드사들은 정부의 잇단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또 다른 축인 대출도 조달금리가 오른 데다 법정 최고금리가 2014년 34.9%에서 2016년 27.9%, 2018년 24%로 떨어져 여건이 좋지 않다.
현대카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14~2016년 시장점유율이 14%대에서 제자리 걸음이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현대카드 순이익은 2014년 2235억원에서 2015~2016년 1900억원 전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3분기에는 183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7% 늘었지만, 환급받은 세금 383억원을 제외하면 되레 역성장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업의 '업'이 변화하면서 금융업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며 "자사가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추구하는 것도 금융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