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근희 기자]기존 의약품의 복용 방법을 바꾸거나 약효를 늘린 개량신약의 수출과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최근 유럽에 개량신약 수출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개량신약 매출은 전년보다 20%에 증가하면서 제약사 실적을 이끌었다.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스틱, 필름 등 새로운 제형으로 바꾸거나 다른 기능을 합친 의약품을 뜻한다. 기존 제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단순 복제약(제네릭)과 다르다. 신약보다는 개발이 쉽지만, 복제약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개량신약, 수출·매출↑
삼천당제약이 수출한 의약품은 기존 녹내장 치료제에서 안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존제를 제거한 개량신약이다. 국내 제약사가 녹내장 치료제 개량신약을 개발·수출하는 것은 최초다.삼천당제약은 최근 독일 안과 전문 제약사인 옴니비전과 32억원 규모의 일회용 녹내장 개량신약 4개 품목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며 이 기간 동안 예상 매출은 약 1400억원 규모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개량신약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매출은 1970억2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이 중 개량신약 비중은 29%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적인 개량신약인 항혈전제 '실로스탄CR'의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 내놓은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가스티인CR은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제약업계에서는 연간 매출 100억원이 넘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본다.
한미약품의 고지혈증 복합 개량신약 '로수젯'은 64.5% 늘어난 386억원에 이르렀다. 항혈전제 개량신약 '피도글'도 매출 106억원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제품이 됐다.
이외에도 지난해 유한양행의 개량신약 '듀오웰', 대원제약의 '펠루비', 대웅제약의 '안플원' 등은 각각 25%, 58%, 68%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출 100억원을 넘었다.
◆개량신약, 개발 쉽고 가치 높아
제약사들의 개량신약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개량신약 허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개량신약 품목은 93개로 늘어났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유한양행, 제일약품 등은 올해 개량신약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개량신약 부분 강화를 위해 지난해 개량신약 전문기업 애드파마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체들이 개량신약 개발에 나서는 것은 개량신약의 특성 때문이다. 기존 제품들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기간과 비용이 신약보다 적게 든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2년이 걸리고 비용은 1000억원이 넘는다. 개량신약 개발 기간은 3~4년 정도다. 개발비용은 신약의 5분의 1 수준이다.
복용 편의성 등을 중요시하는 최근 트랜드도 개량신약 성장을 이끌었다. 고령화로 인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시에 생기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복용 횟수를 줄이는 게 중요해졌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복제약은 시장 가치가 낮아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고, 개발이 쉬운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자 실적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