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부수고 불을 질러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희망촛불' 조형물을 알루미늄 봉으로 내려쳐 파손한 혐의(손괴)로 집회 참가 여성 A(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희망촛불은 지난 2016년 12월 문화예술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높이 8.5m짜리 구조물이다.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 정권 퇴진행동 기념기록위원회에 소유권이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은 오후 6시30분께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 세워진 '희망촛불'을 에워쌌다.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희망촛불' 조형물을 훼손했다. <사진=종로소방서> |
이어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조형물에 올라가 달려 있던 노란리본을 모두 뜯어냈고 남성 2명도 뒤따라 가세해 리본을 제거했다.
이들이 리본을 모두 뜯어내고 조형물에서 내려오자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조형물을 흔들어 무너뜨렸다. 참가자들은 무너진 조형물을 재차 훼손한 뒤 불까지 질렀다.
한 집회 참가자는 이같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날 조형물 근처에 배치된 경찰은 7명뿐이었다. 경찰은 조형물이 무너지는 것은 막지 못하고 불만 소화기로 진화했다. 잔불은 오후 6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껐다. 이 과정에서 의무경찰 1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보수단체 회원 2명이 쓰려졌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희망촛불 외 다른 조형물과 천막, 광화문 광장 자체 시설물까지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유가족 등이 참여하는 시민단체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종로경찰서에 즉각적인 수사와 가담자 전원 처벌을 촉구했다.
4.16연대 관계자는 "집회에서 희망촛불 뿐만 아니라 여러 조형물과 농성장이 훼손되고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라며 "관련된 단체들에서 집단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훼손된 서울시 시설물들에 대해선 향후 대응방침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