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욱 기자]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주차난이 심각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가산점을 준다고 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차 진입도 어려울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을 위해 늘어나는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1.875점이라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밝힌대로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단지는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에서 목동아파트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국토교통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시행에 따른 결사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주차대수와 소방안전 항목에 완화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총1.875점이다. 주차대수와 소방안전에서 최하 등급을 받아도 총 안전진단 평가 점수에서는 바뀐 기준에 따르면 1.875점 낮아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총점 40점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아파트가 공공기관의 재검증 과정에서 주차대수와 소방안전에 최하점을 받아도 조정 점수는 38.125점이다. 즉시 재건축(30점 이하) 판정을 받기가 힘들다.
조정된 '세대당 주차대수 등급별 평가기준 개선내용'을 보면 법정 주차대수가 세대당 1대라면 이전에는 실제 주차대수가 0.4대 이하일 경우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0.6대 이하면 최하등급이 나온다.
개정된 안전진단 기준에 반발이 심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 주차대수는 세대당 최하 0.4대에서 최고 0.78대 수준이다. 11단지가 0.4대로 가장 적고 8단지 0.45대, 12단지 0.46대, 7단지 0.5대 순이다.
하지만 주차대수 규정이 E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주거환경평가에서 E등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법정주차대수가 제각각이고 나머지 50% 비중을 차지하는 7개 항목도 고려해야 한다. 주거환경평가에서 즉시 재건축이 가능한 E등급은 20점 이하를 받아야 한다.
주거환경분야 평가항목 가중치 조정내용 <자료=국토부> |
국토부는 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은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내린다.
재건축 예정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주차난이 심각한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점수가 '즉시 재건축' 기준인 30점 이하 E등급을 받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에서 '과락'등급인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00점 만점에 15점을 차지하는 주거환경평가 총 9개 평가 항목에서 '세대당 주차대수'(20→25%)와 '소방활동의 용이성(17.5→25%)'의 가중치를 50%까지 올린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두 항목이 차지하는 점수는 15점 만점에 7.5점. 이전 5.665점 보다 1.875점 높아졌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분석한 82개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평균 점수가 46.53점인 것을 감안하면 이 기준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구조안전성이 강화된 마당에 목동신시가지 단지가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환경평가에서 E등급을 받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주차대수와 소방안전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분야에서 20점 이하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동재건축단지를 포함한 비강남국민연대는 주민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분개하고 있다. 정부가 실효성 없는 '기준 완화'를 내세우며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거환경평가에서 E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점수를 60점으로 상향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강남국민연대 관계자는 "강력하게 주장했던 별도의 정밀내진성능평가에 대해서 일체의 언급이 없는 이유를 밝혀 달라"며 "구조안전성평가를 폐지하고 주거환경평가에서 종합 E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점수를 60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