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현기자] 중·미(中美)간 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폭탄 관세’를 맞은 중국 철강 및 알루미늄 A주 상장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전자,기계 설비 업종의 주가도 한동안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농산물, 민간 여객기 등 미국의 대중(對中) 주요 수출 제품에 대해 수입 제한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국금(國金) 증권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반덤핑 조사 등 무역 제재를 받은 제품은 주로 중국이 경쟁우위를 확보한 업종에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또 무역분쟁이 심화될 경우 금속 제품,섬유소재 및 방직제품 등 중국 핵심 수출품목들은 미국 반덤핑 조사의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기조로 제조업 부흥 및 무역역조 시정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중 대미 무역흑자규모가 가장 큰 중국을 타깃으로 태양광 전지, 세탁기, 금속 제품 등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련 중국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중미간 무역 전쟁이 현실화 될 경우 양국의 수출 주력업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모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중산(鐘山) 상무부장(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미 양국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모두에게 재난이 될 것”이라면서 “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국가의 권익을 결연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IT 기기류,금속제품, 스포츠 용품등이 반덤핑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중국은 미국의 대두(농산물),민간 여객기 수입을 제한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농산물 업체들은 미국산 수입 제한 조치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주 상장사들 중 미국 매출이 높은 전자,기계설비,화공 업종 상장사들의 주가는 당분간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 IT 기업에 대해 비관세 장벽과 같은 제제를 시행하게 되면 ZTE(中興通訊000063.SZ), 레노보(联想集团 00992.HK) 와 같은 중국 간판 IT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협력사였던 미국 통신업체 AT&T가 갑자기 출시를 취소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 수장들이 지난 2월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국민은 ZTE와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이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 받은 철강 및 알루미늄 상장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가 나온 지난 8일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알루미늄 상장사의 경우 13개사의 주가가 폭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알루미늄 업계는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의 비중이 16.57%에 달해 향후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무역분쟁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황금은 리스크 회피를 위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황금 테마주들은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쥐펑투자고문(巨豐投顧)에 따르면 산둥황진(山東黃金600547.SH),쯔진쾅예(紫金礦業601899.SH) 등 황금테마주들은 주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또 중미 무역분쟁이 불거질 경우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필립스 선물(Phillip Futures) 의 애널리스트 벤자민 루(Benjamin Lu)도 중미 무역분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황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 발표가 양국간 즉각적인 무역 전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항생은행(恒生银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쉐쥔성(薛俊升)은 이번 관세 부과 발표로 대대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향후 중국 철강 업종의 피해규모는 미미 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중미 양국 모두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극단적인 무역분쟁을 피해 갈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은행 애널리스트인 홍하오(洪灝)는 “이번 발표는 트럼프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현 기자(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