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지난 1966년~1976년 중국은 문화대혁명이라는 미증유의 정치적 대참사를 겪었다. 마오쩌둥 1인 절대권력 체제 구축과 함께 진행된 문화대혁명은 국가 사회 전반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했다. 문혁 당시 10대 청년이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혁명원로인 그의 부친 시중쉰(習仲勳)도 엄청난 박해를 받았다.
공포의 문혁 정치가 막을 내린 후 시중쉰은 다시는 마오 주석 같은 독재와 개인숭배가 출현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데 전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역설적이게도 아들인 시진핑 주석은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독재를 막고자 했던 부친의 뜻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역행하는 중국의 이런 퇴행적인 정치 행보에 비춰볼 때 우리 한국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민주 헌정체제를 지켜내고 있는지, 일견 자긍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경제는 몰라도 정치 제도 면에서는 중국이 결코 우리를 쉽게 따라 잡을 수 없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한국 대통령들의 거듭되는 ‘몰락’을 떠올리는 순간 삽시간에 헛된 상념이 되고 마는 느낌이다.
14일 저녁 서울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는 "한국 언론들이 중국에 대해 장기집권 헌법개정이라며 왈가왈부하지만 지금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제도의 실패에 대해서도 한 번쯤 자성해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바로 그 시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 친구는 “그동안 한국이 가장 부러운 것이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민주주의가 중국 정치체제에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웃 나라 정치제도의 후퇴도 챙겨볼 일이지만 그에 앞서 스스로 우리 민주 정치 체제가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전직 대통령들의 잇따른 실패와 몰락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일그러진 민낮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어떤 면에서 그건 대한민국 유권자 대중들이 자초한 불상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중이 이리저리 휩쓸려 자꾸 그릇된 선택을 하다 보면 종국에는 민주정치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했던 고대국가 아테네도 결국 대중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중우정치에 의해 타락하고 쇠퇴했다. 이번에도 포토라인에서 선 전직 대통령은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정말로 참담한 쪽은 매번 그런 대통령들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 국민들일 것이다.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들을 만나지 않으려면 유권자 대중들이 좀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을 것 같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