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모리토모(森友) 스캔들' 파문에 일본 금융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스캔들이 아베 총리의 사임까지로 이어져 시장을 부양해왔던 이른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기 부양책)'가 생명을 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내각을 흔들고 있는 스캔들이 일부 투자자의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뜻 밖의 결말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가파른 움직임이 시장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지난 5년이 넘는 집권기 동안 아베 총리는 반복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고 대중의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매각하면서 일본 재무성이 결재 문서를 조작한 이번 모리토모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이전에 직면했던 위협보다 훨씬 심각하다.
현재 시장 참가자들은 아베 총리와 그의 지지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郎) 재무상 겸 부총리의 사임, 그리고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아베 총리가 패배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JP모간체이스의 사사키 토루 일본 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아베노믹스는 달러/엔 환율과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 상승, 일본 경제의 개선을 말한다"며 아베 총리가 권좌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보인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인식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몇 주간의 혼란의 영향은 단기적일 수 있겠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그 예로 들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 스캔들이 경제 정책이나 일본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우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연임과 통화 부양론자인 두 명의 부총재 후보 인준도 유력해 보인다.
또 자민당 총재 선거 유력 후보들도 아베노믹스 정책이 그동안 효과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쉽게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분적으로 2012년 아베 총리의 취임 후 시작한 엔화 약세 덕분에 기업의 순이익은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최장 기간의 팽창기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야마다 슈스케 통화 및 주식 전략가는 "시장은 오는 9월 선거에서 세 번째 자민당 총재 임기를 따낼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가정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과 엔화 강세를 크게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주말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하라"며 "아베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달러/엔이 105엔을 다시 테스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엔화는 달러 대비 6.3% 절상됐다. 미국의 무역과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차입 증가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