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효주 기자] "신규 출점 못 하고 영업시간도 줄이라는 데, 최저임금은 오르고 근로시간까지 단축하면 어떻게 고용이 창출됩니까."
유통업계가 상반기 공채 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CJ그룹을 시작으로 애경산업(15일~4월1일), 롯데(20일~29일), 현대백화점(4월) 등 업체가 잇달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선다.
◆대규모 채용 나선 유통가, 심경은 복잡
올해 유통업체들은 침체된 분위기에도 불구,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7000여명 규모로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상반기(1950명)보다 늘어난 3150여명을 채용한다. CJ그룹의 경우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10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며 신세계는 하반기 신입 공채와 수시 경력 채용을 통해 1만명 가량을 채용한다.
유통업계가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복잡한 심경도 엿보인다. 서비스업 특성 상 그동안 유통업계는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지만, 신규 출점이 가로막힌데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규제가 강화돼 성장 정체 기로에 놓인 까닭이다.
실제 올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업체들은 신규 출점 계획이 없으며 아웃렛 역시 롯데아울렛만이 군산점·용인점 두 곳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신세계와 현대는 출점 계획이 없다.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을 예정이며 롯데마트는 포항 두호점과 경기 양평점 2곳만 오픈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즌이 시작된 13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자리 창출 상위 5개사 중 3개 업체가 유통기업으로 특히 신규 점포를 출점하면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약 1600명, 대형마트 약 180명, 복합쇼핑몰 약 580명 등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삐 죄면서 달리라는 격"
이에 영업시간 단축 규제와 신규출점에 대한 규제가 동시에 적용 될 경우 한해 최소 9836~3만5706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또한 유일한 신장세를 보이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강화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씩 의무 휴업하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에서 밤 12시 사이로 제한한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하면서 유통업체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정부 기조에 따라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고삐를 죄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 아니겠나”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