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홍주 기자] 검찰이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직 부장 검사 김모 씨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요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검찰은 지난 16일 후배 검사와 업무 중 알게 된 변호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김모 부장검사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에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피고 측이 비공개 심리를 요청하는 경우는 있지만 검찰이 먼저 나서서 재판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공개심리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판은 공중에게 공개돼 있고 누구나 방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 등이 노출될 수 있는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성범죄 사건이나 국가기밀, 공안사건 등 민감한 사건은 비공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김 부장검사에 대한 재판에서도 검찰 측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비공개 전환을 요청했다.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업계 특성상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될 여지가 있다. 또 실제 피해자 아닌 사람이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성범죄 사건에 검찰 측이 먼저 비공개 심리를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지난 2016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전 재판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재판부였던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1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준비기일, 현장검증 등 공판 절차 모두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2차 피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 5명은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아무 관련 없는 제3자 신상정보를 피해자 신상정보라며 게재했다. 해당 피해자는 이때문에 주변에서 오해를 받아 결국 사직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발생한 ‘밀양 성폭행 사건’과 2011년 발생한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역시 일부 심리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밀양 성폭행 사건’의 재판부였던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피해자 증언을 화상 심리로 진행하면서 피고와 피고의 변호인, 피해자의 가족 등 직접적인 사건 관계자를 제외하고 모두 법정 밖으로 내보냈다.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경우도 재판부가 검사의 요청을 받아 들여 피해자 증언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당시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 2차 피해를 받을 우려를 대비해 화상 신문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는 “검찰의 이번 비공개 요청은 같은 검사인 피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오는 사건의 경우는 대부분 비공개 재판으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인 경우에는 파장이 클 수 있어 비공개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