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일부 위원들은 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다른 입장이라며 정당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았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23일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경찰의 영장청구권 등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인권의식 수준 함양과 인권보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등 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준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권 강화에 앞서 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검경수사권 조정 및 영장청구권 부여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공수처 신설에는 찬성했다.
김 회장은 "사법개혁은 국민의 큰 관심사다. 저희가 이런 중대문제에 저희 의견을 드려야겠다고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요청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협의 공식입장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정당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영장청구권 부여도 변협 내부 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왔다"며 "공수처는 회원 의견을 근거로 들어 1년 전 반대했던 걸 찬성하고 검경수사권 등은 회원의견이 찬성 쪽이 높게 나왔음에도 반대하는데 (조사결과가) 2만4000명의 회원 의견을 수렴한 정당성을 갖고 있냐"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변협이 사개특위에서 발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회원 10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찬성이 60.4%, 반대가 35.8%, 기타가 3.7%로 나타났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체포구속영장·압수수색영장 모두 부여 반대는 43.9%, 모두 부여하는 것을 찬성하는 의견은 28.9%로 나타났다. 압수수색영장 부여만 찬성하는 것은 25.3%였다. 결국, 영장청구권 일부 이상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면 찬성하는 입장이 약 54.2%인 셈이다.
이에 김 회장은 "'찬성' 입장을 밝힌 회원들 중에는 경찰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수사 능력이 갖춰지고 경찰 권력이 분산돼야한다는 전제가 갖춰졌을 때 찬성한다는 게 다수"라며 "무조건 찬성이 아니다"고 답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년 만에 공수처 설치에 대해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정권 입맛 맞추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2월 25일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놓고 어떻게 1년 만에 찬성으로 돌아서냐"며 "전임 회장 지우기가 아니냐.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더 강조하려고 온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회장은 "중요한 사법개혁 이슈라 저희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반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사개특위에서는 공익집단인 대한변협이 이익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 3륜'에 속하는 주요단체이니만큼 현재 논의 중인 사법개혁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변협이 백남기 농민 사망했을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냐"고 질문하면서 "그런데 세무사법 개정안 이슈와 관련해서는 삭발을 하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이익집단을 자초해 변협 존립 자체에 회의를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협 회장이 추천·선임하는 위원회 위원장만 47개에 달한다"며 "제왕적 변협회장이락 해도 과언이 아니며 회장 권한을 축소하는 것도 사법개혁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