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붉은 석양이 물든 길 위로 파란색 구식 트럭이 검은 연기를 토하며 달렸다. 연료 부족 때문에 목탄을 이용하는 자동차가 버스 대신 달리는 모습이었다."
27일 아사히신문은 경제 제재 후 북한의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압록강을 끼고 북한과 인접한 중국 길림성(吉林省) 지안(集安)에선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월 9일 경기 파주시의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사진=뉴시스> |
신문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넣으면서 북한 농촌마을의 생활이 한층 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개발과 경제개혁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진노선'을 추진하지만, 지방의 주민들에게까진 경제 발달이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지구 단위로 주민을 조직화해 정기적으로 집회를 여는 등 상호감시상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경제제재로 인한 북중무역 축소가 타격을 줬다. 중국의 세관총서가 지난 26일 공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대북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94.7% 감소했다. 무역 총액은 65.9%가 줄었다.
경제활동이 축소되면서 식량부족도 한층 심각해졌다. 올해 2월 북한 자강도를 방문한 한 중국인 상인은 아사히신문의 취재에서 "길거리에서 아사한 아이의 시체를 봤다"고 말했다. 이 상인이 북한 친구를 식사에 초대했을 때 그의 친구는 "제대로 된 식사를 며칠 간 먹지 못했다"며 몰두해서 먹었다고 한다.
시장에는 쌀과 고기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수입이 끊긴 서민에게는 꿈 꿀 수 없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압록강 강변은 좁은 곳은 수십미터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얕은 데다 중국을 코 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탈북이나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국경 경비가 엄중해졌다.
북한 측 강변엔 철조망이 둘려져 있고, 탈북을 감시하기 위해 나무들도 잘라놨다. 중국 국경경비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중국과 연락을 할 수 없도록 전파를 방해하는 철탑을 세워놨다고 한다.
중국 쪽 국경도 최근 철조망을 늘리기 시작했다. 철조망에는 접촉센서가 달려있어 탈북자가 닿을 경우 순식간에 중국 국경경비대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 북 당국, 가솔린·식량 가격 유지에 분주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난을 완화시키기 위해 열심이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연료나 식량 가격 대책이다.
전 노동당원인 한 탈북자에 따르면 현재 가솔린 가격은 1리터 당 7000원(약 947원)부터 8000원(약 1079원)이다. 작년 초엔 6000원(약 824엔)까지 내려왔었지만, 작년 여름 폭등해 약 1만8000원(약 2440원)까지 올랐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도 가격 대책에 분주하다. 관용차의 통행을 줄이는 한편 밤 10시 이후엔 택시운행을 제한하고, 전기요금도 인상해 연료 사용량을 억제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연료 밀수도 시험하는 등 어떻게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북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 개인용 차량의 번호판을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수수료가 목적이다. 북한의 개인차량 표지판 수수료는 1장 당 20달러로 현재 인민보안성(경찰)의 외화 수입이 되고 있다.
쌀이나 옥수수 같은 식료품 가격도 2년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은 쌀이 219만톤, 옥수수 167만톤으로 총 470만톤이었다.
이는 몇년 간 비슷한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수입이나 외부 지원을 포함해 북한의 최저 수요인 500만톤은 거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비슷한 식생활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800만톤 이상의 곡물이 필요하다. 게다가 매년 보릿고개마다 식료품 가격은 수확기의 1.5배로 뛰어오르고 있다. 신문은 "식량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평양과 지방도시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탈북자나 전문가들은 지방도시에는 유리창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겨울에는 난방부족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한 탈북자는 "잠을 자는 것도 전쟁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뉴시스> |
◆ 북한 당국, '중국의 제재 강화' 우려하고 있어
현재 북한 당국이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한다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26억3000만달러였던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2017년 16억5000만달러까지 급락했다. 다른 전 북한 노동당원에 따르면 중국은 두만강이나 압록강 등 북중 국경지대에서 밀무역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6일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 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