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일본 도시바 메모리 매각 기한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중국 공정경쟁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며 매각 무산 가능성까지 솔솔 나오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자인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만큼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시바의 메모리 부문 매각이 중국의 승인 절차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사진=블룸버그통신> |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도시바는 자사 홈페이지에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아직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언제 매각될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 주요 경쟁당국들은 승인한 상황이고, 중국만이 미루고 있다.
중국이 도시바 메모리 매각 승인을 미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반도체 굴기'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많다. 중국은 현재 범국가적으로 낸드플래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추정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칭와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양쯔 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는 올해 말쯤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시작하니 이 산업이 본 궤도에 올라가도록 시간을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매각 승인이 이번 달을 넘길 경우 도시바 매각 가능성은 낮아진다. 도시바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 반도체 사업의 '헐값 매각'을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도시바의 큰 손실의 원인이었던 미국 원전사업회사 웨스팅하우스 매각에도 속도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31일까지 중국 공정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 가격 재협상, 매각 철회, 메모리 부문 기업 공개(IPO) 등을 할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 입장에선 도시바 메모리 매각 말고도 상장 등 다른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 만큼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매각이 된다고 해도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의 기술력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매각 여부가 SK하이닉스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뿐만 아니라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겠다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반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 휘청 이며 동반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에서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사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완제품 보단 반제품이 많아 중국이 수출을 제한해도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도시바 메모리 사안 역시 매각이 이뤄진다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겠지만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못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