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newspim

일본 구보타 히로지·대만 치엔치 창…한국은 왜 매그넘 작가가 없을까?

기사등록 : 2018-03-29 08:12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불교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The Golden Rock at the Buddhist holy place, Kyaiktiyo, MIYANMAR, 1978, 다이-트랜스퍼 Dye-transfer. 그간 흑백으로 작업하던 구보타 히로지가 미얀마 황금바위를 방문한 후 컬러사진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 이 황금바위는 미얀마 수도승들이 바위에 직접 황금을 붙여 거대한 황금색을 띄는 바위를 만들었다. 절벽끝 부분까지 황금을 입힌 것은 미스터리한 일로 보인다. 

[뉴스핌=이현경 기자] 아시아에서 매그넘 소속 작가는 단 세명이다. 일본의 구보타 히로지와 대만의 치엔치 창, 이란의 아바스.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대표 매그넘 작가는 기대할 수 없을까.

1978년의 북한의 모습, 1964년 도쿄 엑스포와 1970년 만국 박람회로 선진국 대열에 오른 일본의 풍경, 196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어난 흑인 민권운 동과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함락의 현장까지. 그는 사건 사고와 이슈의 순간을 포착했다. 아시아에서 몇 안되는 매그넘 작가인 구보타 히로지가 있다.

구보타 히로지의 서울 항공사진, 한국 Aerial of Seoul, SOUTH KOREA, 2007,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구보타 히로지가 속한 매그넘은 전세계를 무대로 탐사보도와 다큐멘터리 기록을 남기는 사진 작가 연합회다. 구보타 히로지는 올해로 작품 활동 50년을 맞았고, 국내에서 개인 회고전을 가지게 됐다. 그가 기록한 50년의 사진들은 예술적,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서울 학고재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구보타 히로지의 '아시아를 사랑한 매그넘 작가'전을 맞이하는 사진은 2007년 서울의 모습이다. 1966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구보타 히로지는 경제적 발전은 늦었지만 사람들의 성품이 좋은 나라로 한국을 기억했다. 1978년 북한을 방문했고, 그후 2007년 한국을 다시 찾은 구보타 히로지는 한국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놀랐고, 항공사진으로 그 순간을 담았다.

구보타 히로지의 백두산, 북한 Mount Paektu, NORTH KOREA, 1987,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전세계를 누비는 매그넘 작가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지난 2008년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매그넘 코리아'전이 열렸다. 당시, 20여명의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 435여장이 화이트큐브를 장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은 기록되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매그넘 작가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유로포토/매그넘한국에이전트 이기명 대표는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매그넘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기영 대표는 한국의 매그넘 작가가 없는 이유는 매그넘의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매그넘은 이미 유명한 사진작가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고 젊은 작가를 영입하려고 한다. 20대에서 30대 중반의 연령대의 작가들이 매그넘에 회원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20대에서 30대 사이에 한국 젊은이들은 매우 바쁘다. 이기명 대표는 "한국(문화)의 상황을 봐야 한다.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또 요즘 20대는 대학을 졸업하는 등 (외국 상황과)상대적으로 젊을 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구보타 히로지의 히피, 캘리포니아 남부, 미국 Hippies, Southern California, U.S.A., 1971, 플래티넘 프린트 Platinum print

매그넘의 정회원으로 결정되는 과정도 까다롭다. 크게 3단계다. 후보회원, 준회원, 정회원인데 후보회원은 2년간 활동하면서 작업물로 평가 받아야 한다. 2년 뒤에 준회원으로 승격될 수도 있고 후보회원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준회원이 되고 나서 2~3년간 좋은 작업물을 남겨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뛰어난 기량으로 처음부터 준회원이 된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극히 드물어졌다.

준회원이 되면 정회원이 되지 못할 수는 있어도 퇴출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준회원에게는 정회원을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은 없기에 매그넘 회원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이기명 대표는 매그넘 회원이 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과 과정이 있다고 해도 도전하고 지원하는 것은 큰 힘이 들지 않으니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매그넘에 도전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매그넘 오피스에 보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그넘은 깊이 있는 주제로 작업하는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주제를 잡아서 20장씩 네꼭지, 40장씩 두꼭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보통 공모 기간은 봄(3월~4월)이다. 매년 6월경 매그넘 작가들은 뉴욕, 런던, 파리를 돌아가며 미팅을 가진다. 그때 난상 토론으로 회원을 뽑는다"라고 말했다.

구보타 히로지의 카렌족, 미얀마 인근 매홍손 지방, 태국 Karen Tribe, Mae Hong Son Provence near Myanmar, THAILAND, 1977, 플래티넘 프린트 Platinum print

세계를 무대로 젊은 작가가 매그넘에 도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회원이 되기까지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이기명 대표는 "경제적 동력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요즘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사진상이 많아졌다.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찾아보길 바란다"며 "경기도창작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해외 레지던시를 보내준다. 이러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성장시키면서 도전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현재 매그넘 소속 작가는 70명이다. 여기에는 사후 작가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구보타 히로지, 이란의 아바스(Abbas), 대만의 치엔치 창(張乾琦), 중국에는 특파원 개념의 작가 1명이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1947년 창립된 매그넘. 올해 창립 71년이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전세계의 이슈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한국인 매그넘 작가의 탄생을 기대해볼 때가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학고재갤러리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