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금융공기업의 임원 인사가 안개 속이다. 임기 만료에도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공기업이 임원이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사 검증 기준이 강화돼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지방선거 이후 보은성 인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 예금보험공사(예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주요 금융공기업의 이사장, 상임감사, 상임이사 등이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자를 결정짓지 못했다.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캠코 CI=각 사> |
신보가 대표적이다. 신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최영록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박철용 전 신보 감사, 한종관 전 신보 전무, 권장섭 신보 전무 등 4명을 이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임추위에 이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요청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 임원 후보자가 결격인 경우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아직 임추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신임 이사장 선임은 빨라도 5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황록 신보 이사장이 지난달 초 사의를 표명한 이후 후보자 선정에만 두 달 가까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현재 황 이사장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사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 5명 중 4명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김효명 상임이사와 노용훈 상임이사는 지난해 7월 임기 만료 이후 9개월 가까이 흐른 상황이다.
신보 관계자는 "황 이사장이 현안을 챙기고 각 지점에선 이미 정해진 경영목표나 KPI(핵심성과지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빠른 시일 내에 임추위를 가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캠코도 8명의 비상임이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의 임기가 끝났다. 비상임이사는 임추위 추천과 주총 의결을 거쳐 금융위가 임명하게 되는데, 지난해 5~6월 임기가 끝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예보 곽범국 사장의 임기가 오는 5월 만료되지만 아직 뚜렷한 후보자군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사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는 5명 중 1명의 임기가 지난 1월 끝이 났고, 내달 또 1명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임원 인선이 길어지는 배경으로 우선, 높아진 인사검증 기준이 꼽힌다. 유력 인사들이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에 휘말리면서 인사검증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융당국도 인선 작업에 소극적인 자세라 인사 공백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낙하산 인사나,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질 경우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위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하는 금감원장 후임 물색도 안개속이다. 관료 출신이냐 민간 출신이냐 설이 분분할 뿐 아직 후보군도 추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나 채용비리 대책들도 정부 지지도나 정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냐"며 "아무래도 여러 부담감 때문에 금감원장 공백이 지방선거 이후까지 장기화될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