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생활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발단은 1월 중국의 폐자원 수입 금지 조치에서 비롯됐다. 재활용 쓰레기문제를 상당부분 중국 수출로 해결해왔던 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앞으로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우리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재활용품 분리수거 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국 환경보호와 재활용 업체 보호에 나선 중국의 움직임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어서 '중국발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각국의 쓰레기 감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여러 차례 다져왔다.
2016년 1월 쓰레기 수입 제한 일정발표에 이어 2017년 7월 27일 국무원 판공청은 '외국 쓰레기 반입 금지와 고형 폐기물 수입 관리 개혁 실시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의 쓰레기 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합법적인 고형 폐기물 수입에 대한 관리도 대폭 강화했다.
이 방안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고,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가 시진핑의 임기제한 취소를 골자로 한 헌법 수정안에 집중하느라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지만, 올해 전인대에서도 폐자원 수입 금지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구체적 방침이 마련됐다.
3월 5일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2018년 정부업무(공작)보고'에는 '재활용 쓰레기 수입 엄금' 내용이 처음으로 기재됐다.
각종 폐자원과 재활용 쓰레기 처리가 시급한 민생문제로 대두되자, 미국은 지난달 23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측에 폐 금속류에 대한 추가 반입 금지 조치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의 첸잔산업연구원은 1일 자국의 외국 폐자원 수입 금지 조치가 중국 재활용 산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 쓰레기 수입량은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 감소하고, 외국 폐자원 밀수에 대한 감독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중국 폐기물 반입 금지 3단계 계획 발동, 미영일과 한국 쓰레기 대란 직면
중국의 폐자원 금지 조치는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주요 선진국들이 엄청난 규모의 폐자원 쓰레기를 중국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해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중국이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폐자원은 주로 폐강철, 폐 비철금속, 폐 플라스틱과 폐지류 였다. 이들 4개 주요 폐자원의 수입 규모는 4087만t로 2015년 대비 4.40%가 줄었다.
2017년 중국이 '외국 쓰레기 금지' 정책을 발동하면서 2017년 9월 이후 중국의 쓰레기 수입량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감소 조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중국에 가장 많은 폐자원 쓰레기를 수출해왔다.
4대 폐자원 중 폐지를 예로 들면, 미국은 중국의 최대 폐지 수입 대상국이다. 2017년 중국이 미국에서 들여온 폐지량은 1169만1600t으로 금액으로는 27억1800만 달러에 이른다. 미국 다음으로 영국, 일본, 캐나다와 네덜란드 순으로 대 중국 폐지 수출량이 많았다. 한국은 12번째로 폐지 수출량이 많은 국가로 집계됐다.
중국은 1980년대 부터 외국으로부터 대량의 고형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해왔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 속에서 자원 수요량이 늘어났고, 부족한 자원을 외국의 폐자원으로 충당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규모 외국 폐자원이 중국으로 유입됐고, 일부는 관리의 사각지대를 통해 불법으로 중국에 밀수되면서 중국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고형 재활용 폐기물 수입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수입·운반·이용 등 전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 감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외국산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도 제시했다.
1단계인 2016년엔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쓰레기 수입을 2017년 말 까지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시행했다.
2단계인 2017년에는 2018년 말을 목표로 '고형 폐기물 수입 관리 방법' 수정을 통해 쓰레기 수입 경로를 대폭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2019년 말까지 진행될 3단계 정책은 국내 폐자원으로 대체 가능한 재활용품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쓰레기 국산화'로 중국 자국 산업 발전, 환경 보호 일석이조
첸잔산업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폐자원 수입 금지 강화 조치가 중국의 환경 개선은 물론 자원 재활용 산업 발전도 촉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1월 1일부터 시행된 폐자원 수입 제한 조치의 가시적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일 이후 폐지 수입량이 줄면서 중국 국내 제지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일례로 꼽혔다.
중국 정부는 폐지 수입 업체를 인가제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수입량도 쿼터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올해 3월 1일부터는 수입 폐지에 대한 이물 허용치도 대폭 낮췄다. 이 같은 조치로 2018년 중국의 폐지 수입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이 확실시 된다.
수입량 감소는 중국 자원 재활용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우수한 폐자원을 조달하도록 자극하고, 국내 자원 재활용 비율을 높일 것으로 중국은 기대하고 있다.
국산 재활용 자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재활용 자원 수요 확대가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확립을 촉진, 환경보호의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