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현기자] 미국이 3일 중국산 수입제품을 겨냥한 500억 달러 상당의 1300개 고율관세 품목을 발표한데 대해 중국이 강력한 맞보복을 시사하면서 양국 ‘무역戰’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내놓은 ‘관세 폭탄’에 중국 당국이 '중국제조 2025'사업을 통해 육성중인 첨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미국이 중국의 첨단 산업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駐)미국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중국의 미국 관세조치를 강력비판하는 성명<사진=인민일보> |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미국 당국이 25%에 달하는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한 중국산 1300여개 상품 목록에는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및 제약 원료 물질, 산업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대거 포함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라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제품 목록을 발표한 것은 국제무역규칙 위반이며 강력한 반대에 부닥칠 것"이라고 미국측의 조치를 강력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상무부 경제협력연구센터 장젠핑(張建平) 주임(主任)의 말을 인용,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충분히 반격할 준비가 돼있다”며 “미국은 낭떠러지에 이르기 전에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懸崖勒馬)”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관세부과 품목 발표 1시간 만에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4일 CC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의 교섭 노력을 무시하고, 아무런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관세부과를 발표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일방주의이자 무역 보호주의 행태"라고 강조했다. 가오 대변인은 또 “40년간 이어온 상생의 중미무역관계를 훼손시키고 양국 소비자들은 물론 양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오펑 대변인은 또 “미국측의 이번 조치는 WTO 정신에 위배된다”며 “중국은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 대외무역법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산 상품에 대해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등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조치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미국산 대두와 쇠고기 자동차 항공기 분야를 보복조치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측의 관세 부과 조치에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문답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어떠한 무역 보호주의 조치에도 맞설 자신과 능력이 있다"며 “우리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강력한 항전의지를 밝혔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주재 대사 장샹천(張向晨)도 4일 제네바에서 “미국이 슈퍼 301조를 근거로 관세부과 조치를 발표한 것은 WTO의 원칙과 관련 규정을 심각히 위반한 것”이라며 “모든 WTO 회원국들과 같이 미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관세부과 방침은 글로벌 다자간 무역체계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최종 관세 조치를 발동하면 중국은 동등한 규모와 강도로 즉각 반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무부 대외무역연구소 량밍(粱明) 소장은 “미국측의 관세부과 방침의 목적은 무역역조 해소가 아닌 중국의 미래 산업을 겨냥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량밍 소장은 “미국의 제제 목록에 포함된 첨단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등 관련 산업의 수출금액은 미미하다”라며 “ 항공,신소재,바이오 등 분야는 미국이 경쟁력우위를 바탕으로 흑자를 보고 있는 산업이다”라고 덧붙였다.
량소장은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휴대폰,컴퓨터,완구 등 소비재 제품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무역실 둥옌(東艷)주임은 “미국이 발표한 관세 조치가 실질적으로 발효되기전까지 아직 60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 중미 양국은 그 기간 중 충분히 협상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고 양국간 추가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뉴스핌 Newspim] 이동현 기자(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