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이윤청 기자] 뮤지컬 '삼총사' 무대에서 서은광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10주년을 맞아 총출동한 선배들 사이에서 단단히 제 몫을 해내는 동시에 기량을 최대로 발휘해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삼총사'에 출연 중인 서은광을 만났다. 그룹 비투비로 활동하던 때는 물론, 달타냥으로 무대 위에서 뿜어내던 밝은 에너지는 그의 일상에도 여전했다. 너스레와 흥으로 가득 찬 가벼운 대화가 오갔지만, 그 안에 담긴 열정과 진심은 더없이 진지했다.
"이번 '삼총사'는 매일 무대에 기대하면서 올라가요. 워낙 혼자 끌고가는 작품이 아니고 4총사가 다 하나가 돼서 합을 늘 맞추고, 다양한 페어가 함께 하죠. 거의 매번 다른 공연이 나온다고 보셔도 돼요. 애드립도 바뀌고 늘 새로워지거든요. 더 재밌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제가 이번에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제스처도 더 크게 하고 멀리까지 전달하는 게 저한텐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서은광은 뮤지컬 '삼총사'를 거쳐간 많은 선배들을 언급하며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출연 계기를 말했다. 다행히 달타냥 캐릭터와 성격과 잘 맞아서 편하게 준비를 하기도 했다. 10주년 공연이라는 기념비적인 무대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했지만, 부담도 없지 않았을 터였다.
"연습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엄유민법 선배들은 물론이고 모든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죠. 법래 선배나 준상 선배는 다른 역인데도 제 리허설을 보고 제 연기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감동의 연속이었죠. 유준상 형님은 같이 대사하는 부분도 반복해서 해보고, 세세하게 알려주시고 엄기준 형님은 계속 '무대를 좀 네 걸로 만들고 즐기라'고 말씀해주셨죠.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 연기를 어떻게 해야하나 기준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삼총사' 10주년 공연에 기존 캐스트들이 대거 합류한 덕에 라인업에는 거의 40대 배우들이 주를 이룬다. 그 덕에 서은광은 유일한 20대 달타냥, 가장 막내뻘이 됐다. 어쨌거나 젊은 피(?)이자 아이돌 출신이라 몸을 쓰는 액션신이나 검술신에서는 장점을 십분 발휘했을 듯 했다.
"연습의 절반 정도가 검술이었어요. 워낙 제가 몸 쓰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정말 재밌게 했어요. 그런 격한 무술 신은 처음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자다가 일어나도 할 수 있을 정도죠. 가장 젊은 달타냥이니까, 약간은 아직 귀여움이 있지 않을까요? 통통 튀는 매력과 에너지를 뿜을 수 있다는 게 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검술신에서 더 역동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보여주고, 연출님께서 끼를 부리라고도 말씀하셨어요. 뭔가 몰아갈 때 막 즉흥 댄스를 춘다든지, 웨이브도 하고 애드립을 보여줄 때 확실히 장점이 돼요."
서은광과 함께,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 중인 비투비 멤버 이창섭의 얘기가 나오자 약간은 쑥스러운 듯 했다. 그는 "둘이 전혀 서로의 연기나 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데다, 오디션에도 나란히 붙어 함께 데뷔한 케이스. 그럼에도 기운이 빠질 때 가장 힘이 되는 든든한 존재가 바로 비투비 멤버들이다.
"서로 너무 스타일을 잘 알아요. 그 친구도 워낙 잠을 안자면서까지도 뚝심있게 알아서 잘 하고, 저도 완벽주의 성격이 약간 있거든요. 처음에 아쉬웠던 점도 다음엔 발전해 있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믿고 응원해요. 자극은 되죠. 창섭이도 작품할 때마다 관계자 분들이나 배우들께 좋은 얘기가 항상 들려오거든요. 나도 창섭이한테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선의의 경쟁이 되는 거죠. 3년 만에 뮤지컬 '햄릿' 들어갔을 때 좀 위축되고 걱정이 많았어요. 그때 멤버들이 공연 보고 '형은 뮤지컬 해야 해. 형이 멋있을 때가 별로 없는데 진짜 멋있다'고 얘기해줬죠. 그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큰 힘이 됐어요."
뮤지컬로 전향한 아이돌들이 받는 박한 평가를 생각하면 서은광은 그래도 실력을 인정받는 축에 속하는 편이다. 장래에 관해 얘길 하던 중, 그는 함께 '삼총사' 무대에 오르는 god 손호영과 하이라이트 양요섭을 언급했다. 선배들의 뒤를 좇아 뮤지컬과 가수 활동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뮤지컬을 처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를 준 박은태와 그가 당시 불렀던 넘버는 여전히 서은광의 꿈과 맞닿아 있었다.
"제가 접한 뮤지컬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어요. 연습할 땐 무대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불러보면, 혼자인데도 너무 좋아서 소름이 돋아요. 수많은 관객 앞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게 현실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은태 선배님 보고 제가 그랬듯, 저를 보고 누군가 꿈을 키워 나간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올해는 비투비 활동이 예정 중이에요. 곡 작업 중이고 준비되는 대로 유닛이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얘기 중이죠. 비투비는 당연히 계속 같이 가고 싶죠. 지난 주에 홍콩 공연 가서도 다같이 모여서 앨범 회의했어요. 다들 무엇보다도 늘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눴죠."
비투비 활동에 애정을 드러낸 만큼 서은광은 가수로, 또 뮤지컬 배우로 올해 자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게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꿈꾼다"고 꽤나 커다란 꿈을 얘기했다. 심지어는 임창정에 버금가는 엔터테이너를 욕심내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는 이미 7년간 비투비의 보컬리스트로, 뮤지컬 배우로 느리지만 확고한 걸음을 걸어왔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엔 서은광이 어떤 자리에서 대중과 만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당연히 저를 안좋게 보시는 걸 깨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쨌거나 제가 안고 가야 할 문제죠. 뮤지컬을 처음 하시는 배우 분들도 사실 노래에서는 그런 걸 느끼실 수 있고요. 어쩔 수 없이 누구나 마주하는 숙제고, 그 부담감이 있어서 더 책임감을 갖게 되기도 해요. 제 강점은 그래도 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모자람이 많지만 넘버를 잘 소화한다는 걸 제 무기로 삼고 수련을 통해 완벽한 배우로 거듭나야죠. 최종적으로 제 꿈은 최고의 보컬리스트입니다. 모든 소리를 가지고 노는, 다양한 장르를 다 소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이윤청 기자 (deepblu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