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다. 18개 범죄사실 가운데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2시 10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선고공판을 열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에 대해 인정된 범죄 사실 가운데 뇌물죄가 무겁다. 뇌물수수 금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며 "이 사건에서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받거나 요구한 뇌물 금액이 총 23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최서원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 등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책임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특히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가운데 16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가운데 뇌물수수 관련 유죄가 인정된 범죄사실은 ▲삼성그룹의 최순실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용역대금·마필·부대비용) ▲롯데그룹 K스포츠재단 지원 ▲SK그룹 뇌물요구 등으로 약 230억원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이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지시 이후 삼성은 승마협회 임원 교체를 요구하고 36억원이 넘는 돈을 삼성전자 자금으로 독일 코어스포츠에 송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이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구입한 명마의 실질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삼성이 제공한 차량을 정씨가 이용하면서 읻은 이익 등 부대 비용에 대해서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삼성이 최씨 측에 지원을 약속하고 실제 지급되지 않은 금액과 정씨에게 제공한 차량 등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롯데그룹과 관련해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 청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허가 등 롯데가 직면한 현안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요구한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SK그룹에 대해서도 뇌물수수가 인정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워커힐 면세점,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동생 최재원 부회장 석방 등 현안을 언급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 지원금 80억원을 최 회장에게 요구했다고 봤다.
아울러 뇌물수수 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대기업 대상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요구 ▲현대차 KD코퍼레이션 납풉계약 체결 요구 ▲포스코 펜싱팀 창단 요구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펜싱팀 창단 요구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인사 개입 등은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현대차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발주 요구와 관련해선 강요 혐의는 유죄, 직권남용은 무죄로 판단했다.
KT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발주와 인사청탁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이를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판단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일부 심의 기관의 결정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증거가 부족해 무죄로 판결했다.
아울러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강요미수 혐의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 불법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