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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학교폭력] "피해학생 마음까지 돌봐야 학교폭력 사라진다"

기사등록 : 2018-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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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실 학가협 회장, 2000년 딸 피해 계기로 활동 나서
14년만에 학폭 피해학생 위한 '해맑음센터' 설립
"피해자 방치되면 가해자 잘못 인식 없어져"
"내자식 감싸는 가해학생 부모도 교육 필요"

[뉴스핌=황유미 기자] "어휴~ 많이 나아졌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회장의 목소리에서는 지난 18년 세월의 감회가 묻어났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학가협 제공]

국내 최초로 학교폭력 피해자 모임을 조직한 데 이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족을 위한 교육·치유 기관인 '해맑음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조 회장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와 예방에 발 벗고 나선 것은 2000년 4월 가슴 아픈 일을 겪으면서 부터다. 자신의 딸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수여중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딸은 학교 선배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까지 겪었다.

조 회장은 "딸이 학교 폭력 사건을 겪었는데 도무지 해결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다니면서 나와 똑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부모님들을 만나 정보교환을 하면서 피해자 부모들끼리 모임이 시작됐어요. 저희 사건이 해결되고 나니 또 다른 피해자 부모들이 저희를 찾아와 정보를 얻고 그런 과정 속에서 모임이 연결이 됐네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2000년부터 시작된 모임은 2006년 사단법인 학가협으로 발족했다. 조 회장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학교폭력을 '아이들의 치기어린 장난' 수준으로 여기는 인식과 '학가협'에 대한 부정적 시선까지 있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학폭가족협의회라고 하면 (사람들이) '떼쓰는 단체'라고만 생각해서 불편해하고 밀어냈어요. 지금은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다 저희 쪽에 의견과 조언을 구하고 할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학교폭력 자체에 대한 인식도 '피해자만 조용히 있으면 문제되지 않는다'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피해자 보호나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과 예방 대책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학가협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끊임없이 냈다. 6년간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학교폭력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

그 결과 피해자들이 먼저 치료를 받고 가해 학생 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학교폭력 구상제도'를 도입하고 가해학생 징계 학생부 기재를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전국 최초이자 유일하게 피해학생만을 위한 종합지원센터인 '해맑음센터'를 2013년 설립했다. 해맑음센터는 기숙형으로 최소 2~3주에서부터 최대 1년까지 피해학생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사건 해결에서부터 치유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이 딸의 사건을 해결한 이후에도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해 이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이뤄졌을 때만이 학교폭력 근절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자가 보호되고 치유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이 가해학생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돼요. 다른 학생들 보기에도 피해자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들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한 산교육이 이뤄질 때 말이죠. 반대로 피해자가 방치되는 경우 아이들은 '차라리 때리고 영웅이 되는 게 낫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교육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피해자 우선 지원을 통한 깨달음을 줘야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학가협 제공]

사실 2011년 대구 학교폭력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실태조사를 통해 보고되는 신체적 폭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등은 여전한 상황.

문제는 이런 정신적 폭력은 반복·지속적으로 교묘하게 이뤄지는 데다 자존감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심각하고 오래 유지될 수 있어 제대로 된 치유가 더욱 필요하다. 조 회장이 여전히 피해자 치유와 지원을 위해 뛰는 이유다.

조 회장은 "신체적 상처들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회복되지만 정신적 폭력은 평생 갑니다. 자살도 정신적 폭력 때문에 많이 일어납니다. 해맑음센터에 들어오는 애들 보면 오랜 기간 동안 따돌림 당해 피폐해져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자책이 심하고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의욕조차 없습니다. 눈도 못 마주치고 대화도 못 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벌레 같다'라고 말할 정도이기도 합니다"라며 가슴 아파했다.

조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과 더불어 학교폭력이 근본적으로 예방되기 위해서는 '부모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어폭력 등 정서적 가해의 경우 폭력의 범위가 애매해서 부모들이 '심한 장난'쯤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는 "나중에 (폭력)문제가 불거져서 보면 '애들 장난인데 왜 그러냐'고 되묻는 부모들이 있다. 그래서 반드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자기 합리화가 강해 부모로부터 동조를 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모들이 거기에서 (가해) 학생들의 말을 믿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피해학생과 그 가족들의 치유와 지원을 위한 더 넓은 활동을 기획하고 있음을 알렸다. 해맑음센터의 프로그램을 모델화 해 전국단위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피해자 지원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쏟아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피해학생들을 위해) 죽어라고 뛰는 것밖에 없어요. 피해자 지원에 지금 관심이 생기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피해자를 위한 위한 기숙학교가 해맑음센터 밖에 없는 것처럼..이제는 가해자 처벌과 조치보다는 피해자 지원과 치유에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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