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루이비통, 구찌, 샤넬, 에르메스 등 해외 명품 기업들의 회계장부가 공개된다.
정부가 오는 2020년부터 유한회사를 감사대상에 포함시키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매출 공개 의무가 없었던 이들 기업의 재무정보가 공개되면 정상적인 과세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8일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했다.
외부감사법 대상이 되는 외국계 대기업으로는 루이비통, 구찌, 샤넬, 에르메스 등이 있다.
이들은 개정 외감법에 따라 오는 2019년 11월 이후 첫 사업연도부터, 12월 말 회계 결산을 하는 회사의 경우 2020년부터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 회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명동 신세계면세점 루이비통 매장(왼쪽),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샤넬 매장(오른쪽) |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구찌 매장(왼쪽), 현대백화점 대구점 에르메스 매장(오른쪽) |
그동안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은 유한회사라는 점을 앞세워 매출, 영업이익, 자산, 부채 등 내부 장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한회사는 회사가 파산할 때 출자한 금액만큼만 유한 책임을 지는 회사로, 주식을 발행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설립절차 및 관리운영절차가 간소하다. 주식회사의 경우 감사를 반드시 둬야 하지만, 유한회사는 둘 수 있도록만 하고 있어서 전체 사원의 동의가 있으면 주식회사보다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201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변경해 회계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찌코리아는 지난 2014년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샤넬코리아는 지난 1991년 10월 국내에 진출할 때부터 유한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해 20년 넘게 구체적 재무정보를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에르메스도 처음부터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진출했다.
이들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사치품 시장의 속성을 이용해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유한회사라는 울타리를 치고 매출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루이비통코리아만 하더라도 지난 2011년 감사보고서에서 매출 4973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을 밝힌 후 유한회사로 전환해 감사내역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았다. 회계감사는 받지 않으면서 수시로 가격을 올려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앞으로는 외부 회계 감사를 받은 뒤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외감법 개정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모든 상장사도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비상장사의 경우 자산 100억원 이상, 부채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직원 수 100명 이상의 4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외부감사 대상이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유한회사에 주식회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유한회사 중 약 3500개사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철저히 베일에 가리졌던 외국계 기업의 재무정보가 공개되면 정상적인 과세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이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게 해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국내 외국계 기업들은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왔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