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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대학통장] '적립금 부자' 대학들, 40년간 교육부 감사 없었다

기사등록 : 2018-04-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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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2014년 사립대 44.5% 설립 후 종합감사 '0'
부자 사학 고대·연대·홍대도 '감사 패싱'
전 사립대 종합감사에 71년·회계감사 12년 걸려
"감사 인력 충원..적립금 순위로 감사해야"

[서울=뉴스핌] 박진범·황유미 기자 = 10조원에 육박하는 사립대학의 적립금 운영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교육부의 유명무실한 감사제도가 사학비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 및 교육계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사립대학 및 사립전문대학(총 281개교) 중 44.5%(125개교)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교육부의 종합감사는 학사운영, 회계, 교원임용 등 학교운영 전반을 살피는 것으로, 교육부장관이 지도·감독할 권한을 갖는다.

‘종합감사 패싱’ 대학에는 서울의 유명 사학인 고려대와 연세대, 경희대, 홍익대 등도 포함돼 있다. 종합감사를 1회밖에 받지 않은 대학도 40.6%(114개교)였다. 정 전 의원은 2015년 9월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임희성 대학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학은 국내 대학에서 절대적 다수인데 교육부 감사를 제대로 못 받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특히 적립금을 많이 쌓은 유명 대학에 대한 감사가 부족하고, 자연스럽게 그 피해는 학생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53개 사립대 감사에 걸리는 시간은 71년

사립대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규정이 국립대보다 허술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감사에 대한 내용을 명시한 교육부 훈령(감사규정)에는 사립대학 및 이를 운영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에 실시'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종합감사 주기에 대한 규정은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공립의 대학, 소속기관 및 국립학교에 대해 3년 주기로 종합감사를 의무화한 것과 대비된다.

실제 교육부의 사립대학에 대한 종합감사는 1년에 5개 대학 내외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3개교를 대상으로만 종합감사가 이뤄진다. 2016년과 2017년에는 5개씩이었다.

이 같은 감사 속도라면 2018년 4월 기준 총 353개인 사립대(사이버대와 대학원대학교 포함)가 모두 종합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71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육부는 종합감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다 회계감사를 병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많은 대학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산운용의 적정성을 들여다 보는 회계감사를 받는 대학은 1년에 20~30개로, 매년 30개씩 순차적으로 감사를 받는다고 해도 계산상 12년 이상이 걸린다.

더욱이 감사 대상 선정위원회가 5년 이내 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 중에서 추첨을 통해 감사 학교를 선정하기 때문에 몇 십년간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는 대학이 나올 소지도 있다.

◆사후조치도 미흡..수천만원 빼돌려도 주의·경고 그쳐
감사 과정뿐만 아니라 감사 이후 조치에 대한 부분도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다. 회계 위반 사항에 대한 처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전반적인 감사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세한대는 2014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법인관련 소송비용 3685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하거나 학교입주업체로부터 받은 임대료 5100만원을 법인회계 기부금으로 세입 처리하는 등 문제가 적발됐지만, 경고 및 시정 조치에 그쳤다.

사립학교법(제29조 6항)은 학교 이사장이나 이사 또는 총장이 교비회계 수입이나 재산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29조 6항 위반)

수원대(2014년), 수원여대·나사렛대·안양대(2012년), 신라대·남서울대(2010년) 역시 비슷한 위반사항이었으나 주의나 경고 또는 시정 조치만이 내려졌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3월 진행된 신안산대학교 및 학교법인 순효학원의 감사결과에 대해서도 시설사용료 세입 및 기부금 업무 처리가 부적정했음이 확인됐으나 이 또한 관계자 3명에 대한 경고 및 시정조치가 내려졌을 뿐이다.

대학 및 사학 법인이 부당하게 쌓은 적립금을 학생들에게 돌려줄 방법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점도 문제다. 교육부는 사학 적립금이 부당하게 사용됐음이 확인될 경우 다시 회수 등의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등록금 인하 등 학생들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돌려줄 것을 명령할 수는 없다.

과도하게 쌓인 적립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 민사소송을 통해 법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2015년 민사소송을 통해 과하게 쌓인 수원대 적립금 일부가 학생들에게 돌아간 적이 있다.

◆”적립금 상위 대학부터 감사해야”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감사 담당부서 인력 확충과 함께 무작위가 아닌 체계적인 감사 대상 선정 기준을 설정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의 전담인원은 9명이고 감사총괄담당관실 및 반부패청렴담당관실의 가용인력까지 포함하면 사립대학 감사를 담당하는 인원은 30명 내외에 불과하다.

임 연구원은 "교육부가 회계감사를 하고 있긴 한데. 감사 내용 자체가 불법성에 초점이 돼 있다 보니 감사 범위가 소극적이고 협소한 부분이 있다"며 "사립대는 (정례화된 종합감사) 기준 자체도 없는 것 등은 교육부의 종합감사 인력이 부족한 부분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는 "적립금이 많다는 건 그만큼 교육환원이 안 된다는 뜻"이라며 "적립금 높은 순위별로 학교 행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교육부 감사를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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