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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함께 걸어 기억교실·단원고·영결식까지.. 침묵 행진

기사등록 : 2018-04-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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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기억교실, 합동 분향소에도 끝없는 발길 이어져

[안산=뉴스핌] 김준희 황선중 기자 = 세월호 4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1시가 다 된 시간, 지하철 4호선 고잔역 밖으로 검은 의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까지 함께 걷는 국민 추모행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인 현장엔 까맣고 하얗고 노란 것들이 넘실 거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검은 의복과 하얀 국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들이 시야를 채웠다.

16일 오후 1시 30분쯤 단원고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는 시민. <사진=김준희 기자>

세월호를 추모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세월호 리본을 목걸이처럼 걸거나 휴대전화에 매단 시민, 세월호 배지를 가방에 달거나 노란 손수건을 챙겨온 시민 등 저마다의 방식을 활용했다. 각종 깃발을 들고 단체로 참석한 사람들도 많았다.

침묵 행진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침묵 시위'라는 취지에 맞게 검은 마스크를 쓰고 말 없이 걷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전남 여수에서 찾아 온 정찬익(23) 씨는 올해 처음 추도식에 참석했다. 정 씨는 "지난해 세월호가 인양됐을 때 목포 신안에서 의경 생활을 하며 슬픈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며 "전역하면 꼭 가보자고 다짐한 결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추도식에 2년째 참석한 김상미(40·서울 성북구) 씨는 대안학교 학부모로 10대 아이들을 여럿 인솔해 왔다.

김씨는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그 슬픈 분위기 때문에 영결식에 직접 참석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며 "그래도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볼 수 있는 만큼 보여주는 게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잔역에서 영결식 현장까지는 3km. 단원고 기억교실을 지나 단원고를 거쳐 합동분향소까지 걸어오는 코스다.

뒤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국화도, 슬로건도 없었지만 묵묵히 말 없이 걸었다. 코스 중간인 단원고 앞에서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한 뒤 말 없이 눈물을 닦는 시민들도 있었다.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로 가던 길, 나무에 매달려 흔들흔들 거리던 노란 리본 모빌이 행진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에서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로 가는 길에 매달려 있는 세월호 모빌. <사진=김준희 기자>

또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자리한 '4·16 기억교실'엔 추모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책상 위에 놓인 편지, 방명록 등을 말없이 읽었다.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있었다. 한 아이는 교육지원청 별관 로비에서 받은 세월호 리본과 팔찌를 책상에 올려뒀다. 책상 위에는 유품을 비롯해 희생자가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의 앨범, 인형, 과자 등이 있었다.

추모객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교실을 둘러봤다. 복도에 전시된 사진을 바라보던 전동철(25·경기 화성) 씨는 "과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 철없는 소리를 많이 했다"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방명록도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중학생이던 시절 처음 방문했었는데 이제는 대학생이 됐다"며 "어쩌면 같은 학생이 될 수도 있었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전할 수 있는 초등교사가 되겠다"고 썼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이지수(27·서울 강서구) 씨는 "마땅히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조금이나마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조금밖에 못 바꿔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는 참사 직후 안산 단원고 인근 올림픽기념관에 임시로 마련됐고, 추모객이 몰리면서 2014년 4월 29일 현재 장소로 옮겨졌다. 4년간 이곳을 찾은 조문객은 약 7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영결·추도식이 끝난 뒤 정부 합동분향소는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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