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애플이 3일째 가파르게 하락하며 연초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아이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와 월가 투자은행(IB)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진 데 따른 반응으로, 애플은 이날 장중 30개 다우존스 지수 종목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이폰X /김학선 기자 |
20일(현지시각) 장 후반 애플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하며 166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애플 주가는 지난 1월2일 172달러에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또 연중 고점인 181달러 대비 애플 주가는 8% 이상 하락했다.
가뜩이나 대만의 애플 납품 업체 TSMC가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따라 아이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비관론을 연이어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겼다.
이날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애플이 1분기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후 아이폰 판매 추이라고 주장했다.
모간 스탠리는 2분기 아이폰 판매 전망치를 종전 4050만대에서 3400만대로 대폭 낮춰 잡았다. 중국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아이폰 공급 업체들의 데이터 역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와 JP모간 역시 TSMC의 매출액 전망치 하향 조정을 근거로 내세우며 향후 아이폰 판매가 월가의 기대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지어 애플이 스마트폰 개발 10주년을 기해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폰X가 올해 단종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는 월가 IB업계에 연초 이후 끊임 없이 제기된 의혹이지만 최근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주장이다.
미라보드의 닐 캠플링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TSMC의 3-D 센서 재고 물량이 급증한 점을 부각시켰다.
아이폰X의 안면 인식 기능의 핵심 부품인 3-D 센서 재고가 대폭 증가한 것은 애플이 이를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아이폰X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애플의 주가 급락에 뉴욕증시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반도체 종목이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다이어로그 세미컨덕터, 퀄컴 등 주요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3~6% 선에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중 4% 이상 급락하며 2개월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ASM 인터내셔널이 8% 이상 폭락했고, BE 세미컨덕터와 오스트리아 마이크로시스템 역시 각각 3%와 2% 선에서 후퇴했다.
번스타인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TSMC는 아이폰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며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아이폰 수요 부진을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조나단 골럽 주식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애플 충격이 거세지만 미국 IT 섹터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